영성 편지
경칩(驚蟄)
이형선
2017. 3. 6. 09:52
겨울이
옷을 벗으면
바람이 분다.
살얼음이
옷을 벗으면
물결이 인다.
산 자는
이제
깨어나라고.
산 자는
이제
깨어있으라고.
긴 밤
긴 겨울이
시련이었으면
또 어떠리.
빙하의 땅
빙하의 겨울이
고통이었으면
또 어떠리.
과거 없는 자
어디 있더냐.
고통 없는 자
누구 있더냐.
하늘이 허락하신
동토(凍土)의 고통,
차라리 야속한
그만큼의
섭리에 족하고,
그만큼의
인연에 족하면
버릴 것은 없어라.
돌아보면
다 강물이어라.
봄날의 인연도
겨울날의 사연도
흐르는 강물이어라.
과거 없는 자
어디 있더냐.
상처 없는 자
누구 있더냐.
긴 겨울의
긴 침잠 속에
들을 귀 열린 자는
이제 거듭나서,
자기 과거로
이웃의 과거를
껴안고,
자기 상처로
이웃의 상처를
치유하리니,
열려지면
다 소명(召命)이어라.
봄을 살리고
산하를 살리라는
소명이어라.
겉사람이
옷을 벗으면
바람이 분다.
속사람이
옷을 벗으면
물결이 인다.
산 자는
이제
깨어나라고.
산 자는
이제
깨어있으라고.
*
-그가 홀연히 와서
너희가 자는 것을
보지 않도록 하라.
‘깨어있으라!’
(예수)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니라 하시니라.-(마가복음13:3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