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배추김치'의 백서(白書)

이형선 2013. 4. 22. 11:33

 

대지를 누비던,

기세등등한

청록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통통하도록 속이 찼던,

꿈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헤프게 겉옷 벗기고

‘소금 세례’를 받던

오호라, 그 고통의 날.

온 몸으로 알아야 했다.

내가 세상에 온 이유를.

무성한 잡초와는  

달리 구별되어야 할

내 몫의 길을.

 

 

허세도 죽고

허영도 죽었다지만,

그래도 미련은 남아

뒤돌아보고 싶을 때,

범벅으로 비벼대던

그 섭리(攝理)의 손길.

고추 먹고 고집 죽고.

마늘 먹고 마저 죽고.

 

 

살아 죽어서

살아 죽어서  

썩지 않고,

발효되는 이들에게

내일은 있을 진저.

살아 죽어서

살아 죽어서

오래 참으며,

숙성되는 이들에게

내세는 있을 진저.

창세의 비밀이어라.

 

 

이제는 한 포기

‘배추김치’로 거듭나서

선지피 뚝뚝 흘리며,

너를 위해 아삭아삭

살도 먹히고.

피도 먹히고.

 

 

스스로 사람이라지만,

아직도 거듭나지 못해

사람의 맛을 내지 못하는,

스스로 사랑이라지만,

아직도 발효되지 못해

사랑의 맛을 내지 못하는,

너를 위해 시큼하게

살도 먹히고.

피도 먹히고.

 

 

와서 보라.

먹어 보라.

산해 진미가 별 거더냐.

매일 매끼의 식탁에서   

온 몸으로 너를 섬기는,

내 삶은 그저 사랑이어라.

내 사랑은 그저 삶이어라.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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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월절 만찬 때,

  죄인인 인생 우리들에게 

  '내 살'과 '내 피'를 다 주신

  그 구원의 비밀한 의미를 

  '배추'는 이미 알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배추가 거듭나야만 

  김치의 참 맛을 내는 것처럼,  

  사람도 거듭나야만

  사람의 참 '맛'을 냅니다.

  그것이 창세의 비밀이자

  하나님의 나라 곧 천국의 비밀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니고데모가 이르되,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육에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

   하는 말을 놀랍게 여기지 말라.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

                                     (요한복음3:3-8)   

 

  지금 우리는 

  다만 '여자가 난 사람'일까요?

  진실로 '성령으로 난 사람'일까요?

 

  지금 우리는  

  다만 '한국 사람'일까요?

  '한국 사람'이자 '천국 사람'일까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란 후자를 의미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란 '이중 국적자'입니다.

  '금세'에서 '천국'을 함께 사는,

  '살아도 살고 죽어도 사는' 이중 국적자인 것입니다.

 

  '육으로 난 것'에겐 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경도 있고,

  인생의 고난도 죽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으로 난 것'에겐 한계가 없습니다.

  세상과 하늘을 오가는

  바람의 자유가 그런 것처럼.

   

  성령은 세상의 저 바람과는 또 다른,

  위로부터 임하는 '거룩한 바람'입니다.  

  '영원한 생명'의 바람이자

  영원히 복이 있는 삶의 바람입니다.

  '허무한 나그네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가,

  '육'이나 '떡'으로만 살 수 없는 우리가,   

  성령으로 거듭나야 할 

  필연적인 생존의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다만 '여자가 난 사람'일까요?

  진실로 '성령으로 난 사람'일까요?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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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적(靈的) 세계는 온통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의 내적 자아가 미치는 곳에서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여기서

 그 분의 임재에 반응하기를 기다리신다.

 이 영원한 세계는 우리가 그 실상에 의지하는 순간,

 우리에게 살아날 것이다.-

 

 

 

 

                             

                                                        *A. W. 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