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사람아, 우리도 이제 밭을 갈자

이형선 2012. 5. 31. 08:37

   얼었던 땅도 버려진 땅도

   봄빛 오면 다투듯 몸을 풀더라.

   하얀 기염까지 아른아른 토해내며

   산맥처럼 몸을 풀더라.

   그렇다고 땅이 다 밭은 아니더라.

 

   이제 밭 있는 이는 밭을 간다.

   농부가 아니어도 좋다.

   사람아, 우리도 이제 밭을 갈자.

   갈 밭뙈기 없다고 한탄하며

   하늘을 탓하는 자 누구인가.

 

   고기 잡던 남편조차 앗아간

   풍랑 사나운 바다도

   해녀에게는 밭이 되고,

   병들어 요절한 자식을

   거기 묻은 팔부능선도

   산사람에게는 밭이 되고,

   손도 발도 전혀 쓰지 못하는 

   구필화가에게는

   입이 그의 밭이 되던 것을.

  

   때론 이른 비도 내리고

   때론 늦은 비도 내리는

   하늘 아래서,

   이제 밭 있는 이는 밭을 간다.

   농부가 아니어도 좋다.

   사람아, 우리도 이제 밭을 갈자.

   그래도 가장 큰 밭은

   네 안에 내 안에 있는 것이기에.

  

   사람아, 우리도 이제 밭을 갈자.

   마음밭 깊이 갈자.

   하나님도 모시고

   이웃도 모시고,

   한세상 비둘기처럼 살다갈 수 있도록

   한세상 양처럼 살다갈 수 있도록

   좋은밭 넉넉하게 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