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고향으로 가는, 시골길

이형선 2012. 5. 25. 20:03

 

    포장도 하지 않았다.

   수식어 같은

   이정표조차 없다.

   고향으로 가는, 시골길.

 

 

   와서 보라며

   오직 외길로 거기 있다.

   길로서 길을 말하고 있다.

   천년이 하루인 것처럼.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한사코 밟히고 있다.

   땀인 듯 황토를 날리며.

   피인 듯 황토를 날리며.

 

 

   길에는

   머리 둘 곳이 없어야 한다며

   앞서 가는 나그네.

   길로서 길을 말하며

   삶으로 삶을 말하며

   나를 따르라고 손짓하는데….

 

 

   무성해서 어지러운 건

   길이 아니고,

   길섶에 뿌리박은

   망초들이다.

   잡초들이다.

   아서라 아서라,

   막히면 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