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민들레의 나라'를 기다리며

이형선 2014. 2. 24. 10:55

 

화단이 없어도

한 뼘의 소유가 없어도,

지극히 낮은 마음이 있어

너는,

어디서든 꽃을 피워낸다.

 

 

바위 틈새에 살아도

달동네 외지에 살아도,

자족하는 마음이 있어

너는,

어디서든 향기를 피워낸다.

 

 

밟히며 살아온

천출의 아픔이

끈진 삶이 되고,

원줄기 없는 고통이

은혜가 되어

비상(飛翔)을 꿈꾸는 삶.

 

 

음지에서 쬐인

햇빛이어도

해만큼 밝은 것.

민들에서 쬐인

햇볕이어도

해만큼 따뜻한 것.

그래서

하늘 가는 길은

하나로 열리는 것.

 

 

외줄기

사닥다리 같은

망향(望鄕)의 비녀를 품고

이제는 거듭난,

네 이름은 금잠초(金簪草).

당신의 신부,

금비녀(金簪)를 닮음이려니.  

 

 

가진 것 없어도

반겨주는 이 없어도

품을 수 있는

하늘이 있어 족하다며,

십일홍(十日紅) 같은

한세상

늘 푸르게 살자던

늘 해맑게 살자던,

한 송이

네 미소가

이제는 뜻을 품고 있다.

거룩한 꿈을 꾸고 있다.

 

 

땅 끝까지

홀씨를 전하고자,

하얀 갓털을 타고

천사처럼 군사처럼

감히,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 있다.

 

 

쾌재라,

오고 있는 나라여.

인자(人子)가 구름을 탔는가.

승천하는

생명의 신비여.

강림하는

창세의 비밀이여.

그래서

하늘 가는 길은

하나로 열리는가.

 

 

뜻이

땅에서도

어서 이루어지이다.

하늘나라가

땅에서도

어서 이루어지이다.

 

 

                           (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