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은 한산했다.
유배지처럼.
기다리던 기차는 오지 않았다.
평행선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기본에 열릴 때까지는.
플랫폼은 그래도 서있어야 할
나그네의 현실이지만,
여정(旅情)의 바람이
내 머리칼을 휘날릴 때마다,
철길은 나를 싣고 추억으로 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로 갔다.
하행선은 늘 흑백이었다.
그리고 시간이자 순간이었다.
철길은 나를 싣고
또한 미래로 갔다.
원근법의 끝은
늘 하늘에 닿아있었다.
천국(天國)에 닿아있었다.
하늘도 땅도
행복도 불행도
그 평행선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기본에 열리면서부터,
하늘나라는 지금 여기 와있었다.
상행선은 늘 채색이었다.
그리고 초월이자 영원이었다.
멀리서 보면 때론
구부러진 것 같아도,
내 눈에 안약을 넣고
다가가서 보면,
그 자족(自足)의 너비가
늘 여일한 철길.
나중도 처음처럼
늘 올곧은 철길.
그 믿음이 기차를 오게 하는가.
그 삶이 기차를 오게 하는가.
기다리던 기차가 오고 있다.
오늘의 걸음은 내일의 묵시록.
새 하늘 새 땅까지 가보고 싶다.
일곱 번 자빠져도
여덟 번째 일어나 가보고 싶다.
나는 약해도
나는 부족해도,
기차만 타면 갈 수 있을 테니까.
어서 오라. 어서 오라.
구원의 기차여.
하늘 은혜의 비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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