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철길

이형선 2014. 6. 2. 10:22

 

간이역은 한산했다.

유배지처럼.

기다리던 기차는 오지 않았다.

평행선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기본에 열릴 때까지는.

 

 

플랫폼은 그래도 서있어야 할

나그네의 현실이지만,

여정(旅情)의 바람이

내 머리칼을 휘날릴 때마다,

철길은 나를 싣고 추억으로 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로 갔다.

하행선은 늘 흑백이었다.

그리고 시간이자 순간이었다.

 

 

철길은 나를 싣고

또한 미래로 갔다.

원근법의 끝은

늘 하늘에 닿아있었다.

천국(天國)에 닿아있었다.

하늘도 땅도

행복도 불행도

그 평행선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기본에 열리면서부터,

하늘나라는 지금 여기 와있었다.

상행선은 늘 채색이었다.

그리고 초월이자 영원이었다.

 

 

멀리서 보면 때론

구부러진 것 같아도,

내 눈에 안약을 넣고

다가가서 보면,

그 자족(自足)의 너비가

늘 여일한 철길.

나중도 처음처럼

늘 올곧은 철길.

그 믿음이 기차를 오게 하는가.

그 삶이 기차를 오게 하는가.

 

 

기다리던 기차가 오고 있다.

오늘의 걸음은 내일의 묵시록.

새 하늘 새 땅까지 가보고 싶다.

일곱 번 자빠져도

여덟 번째 일어나 가보고 싶다.

나는 약해도

나는 부족해도,

기차만 타면 갈 수 있을 테니까.

어서 오라. 어서 오라.

구원의 기차여.

하늘 은혜의 비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