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도시에 세워진
‘큰 바위 얼굴’이려니.
첨탑은
사람이 세우지만,
하늘이 높아야
예수의 십자가도
높아 보이더라.
십자가를 위한
첨탑인가.
첨탑을 위한
십자가인가.
자기의 십자가는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여전히
마구간이다.
저 높은 하늘을
외면한 채,
해가 지도록
땅의 놀이에
사로잡힌 무리들.
양식은 땅에 있지만,
욕심도 땅에 있는 것.
황금이 황사를
몰고 온 것이려니.
사욕이 황사를
몰고 온 것이려니.
지금은 헤매고 있다.
길조차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안개라면
더 나았을 것을.
배가 불러서일까.
뒤틀린 속 때문일까.
마스크로 가린 얼굴들.
짙게 화장한 얼굴들.
민낯은 보이지 않는다.
대자보 같은
비명들만 날뛴다.
-참 길을 찾습니다!
-좁은 문을 찾습니다!
-존경할만한 사람을 찾습니다!
-‘큰 바위 얼굴’을 찾습니다!
-본받고 싶은 사람을 찾습니다!
-누구 사람 없소?
-어디 ‘선한 목자’ 없소?
떡을 위한 말씀인가.
말씀을 위한 떡인가.
자기의 십자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자기들 세상은
여전히 마구간이다.
12월은 막장이다.
새해는 있어도
13월은 없다.
제발 말씀으로 말씀 되게 하라.
제발 십자가로 십자가 되게 하라.
밤에도 양떼를 지키는
영문 밖의 목자들이여.
새 천사를 보았는가?
천사가 구원은 아니다.
첨탑이 구원은 아닌 것처럼.
새 천사가 가리키는 곳은
어디인가? 정녕 어디인가?
세상 저 높은 곳인가?
세상 저 낮은 곳인가?
하늘나라를 기다리는
동방의 박사들이여,
새 별을 보았는가?
별이 구원은 아니다.
첨탑이 구원은 아닌 것처럼.
새 별이 가리키는 곳은
어디인가? 정녕 어디인가?
세상 저 높은 곳인가?
세상 저 낮은 곳인가?
12월의 ‘큰 바위 얼굴’.
어서 오시옵소서.
어서 내려오시옵소서.
빈 방은 여전히 없습니다.
빈 구유도 이제는 없습니다.
그냥 내 안에 오시옵소서.
그냥 우리들 안에 오시옵소서.
새롭게 오시옵소서.
하늘이 마음인 것 같이
마음이 하늘이게 하시옵소서.
* * *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신 줄을
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가 버림받은 자니라.-(고린도후서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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