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붕어빵

이형선 2015. 1. 12. 10:29

 

 

마음이 추워질 때면,

가슴에 묻힌

상처가 먹고 싶어

붕어빵을 먹는다.

갓 구워낸

뜨거운 피가 먹고 싶어

한겨울 거리에 서서

붕어빵을 먹는다.

팥이 피던가.

피가 팥이던가.

 

일찍 부모님을 여읜,

가난한 형제의

유일한 별식이었던

고향땅 그 붕어빵.

십 원에 다섯 개였다.

까까머리 내가 두 개 먹고.

다섯 살 더 어린

까까머리 동생이 두 개 먹고.

나머지 한 개는 늘

동생에게 먹으라고 했다.

나보다 한 개 더 먹는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늘 의젓한 형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동생 녀석은

이미 세상에 없다.

붕어빵 배부르게 사줄

돈 정도야 지금은 있지만,

그 동생 녀석은 어디에도 없다.

설움의 상처가 되어

마음속에 묻혀있을 뿐.

그럴 줄 알았으면

그때 거기서,

내 몫의 붕어빵 한 개

더 주었어야 했는데….

 

마음이 추워질 때면, 

가슴에 묻힌

상처가 먹고 싶어

붕어빵을 먹는다.

팥이 피던가.

피가 팥이던가.

사람의 상처는

또 다른 이웃의 상처를

치유하라고 주어지는 것.

내일이면 또 늦으리.

지금 여기서

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뜨거운 피가 되고 싶어

갓 구워낸

붕어빵을 먹는다.

물고기 형상 속의 비밀

‘익투스’를 먹는다.

 

 

*익투스(ΙΧΘΥΣ):

    단어 자체는 ‘물고기’라는 명사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라는

    헬라어 다섯 글자의 이니셜 조어이자 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