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추워질 때면,
가슴에 묻힌
상처가 먹고 싶어
붕어빵을 먹는다.
갓 구워낸
뜨거운 피가 먹고 싶어
한겨울 거리에 서서
붕어빵을 먹는다.
팥이 피던가.
피가 팥이던가.
일찍 부모님을 여읜,
가난한 형제의
유일한 별식이었던
고향땅 그 붕어빵.
십 원에 다섯 개였다.
까까머리 내가 두 개 먹고.
다섯 살 더 어린
까까머리 동생이 두 개 먹고.
나머지 한 개는 늘
동생에게 먹으라고 했다.
나보다 한 개 더 먹는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늘 의젓한 형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동생 녀석은
이미 세상에 없다.
붕어빵 배부르게 사줄
돈 정도야 지금은 있지만,
그 동생 녀석은 어디에도 없다.
설움의 상처가 되어
마음속에 묻혀있을 뿐.
그럴 줄 알았으면
그때 거기서,
내 몫의 붕어빵 한 개
더 주었어야 했는데….
마음이 추워질 때면,
가슴에 묻힌
상처가 먹고 싶어
붕어빵을 먹는다.
팥이 피던가.
피가 팥이던가.
사람의 상처는
또 다른 이웃의 상처를
치유하라고 주어지는 것.
내일이면 또 늦으리.
지금 여기서
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뜨거운 피가 되고 싶어
갓 구워낸
붕어빵을 먹는다.
물고기 형상 속의 비밀
‘익투스’를 먹는다.
*익투스(ΙΧΘΥΣ):
단어 자체는 ‘물고기’라는 명사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 구원자’라는
헬라어 다섯 글자의 이니셜 조어이자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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