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려서 유치할 땐,
늘 젖과 꿀만 좋아했지요.
늘 값싼 은혜를 구하며,
제 입에 달면 삼키고
제 입에 쓴 것은,
벌 벌이다 두려워하며
마구 뱉어냈지요.
그래서 늘 겉늙고 지레 늙은,
각종 성인병을 앓았답니다.
그래서 늘 욕심의 포로이자
세상의 포로가 되곤 했답니다.
철이 든 지금은,
제 입에 쓴 것도
감사하며 잘 삼킨답니다.
거친 것일수록
꼭꼭 오래 씹어서
더 잘 먹는답니다.
쓰고 거친 것이
건강에는 되레
더 좋더라고요.
쓰고 거친 것의
제자가 되자,
비로소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더라고요.
쓴 체험보다
더 좋은 학문도
더 좋은 스승도
없다고 했지요?
인생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도
없다고 했지요?
쓴 잔 그것이
하늘의 복이라는 것을
이제는 저도 안답니다.
쓴 잔 그것이
고상한 은혜라는 것을
이제는 저도 안답니다.
여기는 인생 카페,
〈골고다〉.
나는야 서번트.
“아버지께서 주신 잔”,
쓴 잔 좀 드세요.
거친 것 좀 드세요.
인생은 당의정,
코팅은 값싼 가면입니다.
가면을 벗어야만
진실이 보이지요.
죽음의 진실도 보이고
허무의 진실도 보이지요.
죽을 수밖에 없을 때
죽는 것은,
개죽음처럼
허무한 죽음일 뿐입니다.
살았을 때 죽는 것이
산 죽음이지요.
자원해서 죽는 것이
산 죽음이지요.
산 죽음이 없으면
산 부활도 없답니다.
오늘도 “자기를 부인하고”
잘 죽으세요.
오래 참으며 잘 죽으세요.
쓴 잔의 비밀을 믿고,
쓴 잔의 능력을 믿고,
잘 죽으세요.
당장에는 쓰지만
이후에는 아주 달답니다.
입에는 쓰지만
속에는 아주 달답니다.
오래오래 달답니다.
거기 손님,
한 잔이요?
아, 그쪽도 한 잔이요?
감사합니다.
섬길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나눌 수 있어 감사합니다.
부활의 생명으로
인도하는 길은,
대리석 깔린
브로드웨이가 아니랍니다.
‘골고다’는 차라리 초라한,
좁은 길이자 좁은 문이랍니다.
보시다시피 있는 건
달랑 십자가뿐이니까요.
그래도 따르는 자들은 있답니다.
들을 귀들은 있답니다.
주님의 말씀이 들리지요?
“적은 무리여
두려워하지 말라.”
자, 이제 함께 듭시다!
쓴 잔의 축배가 되겠군요.
고난의 축배인들 어떻고,
죽음의 축배인들 어떻습니까.
역설(逆說)의 비밀을
아는 자들에게는,
천국의 비밀을
아는 자들에게는,
죽음조차도 축복인 것을.
죽음이 불행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불행인 것을.
자, 이제 쭉 듭시다!
속사람의 자유를 위하여!
죽어도 사는,
부활의 나라를 위하여!
영원한 진실로 영원한,
우리의 하늘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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