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구촌을 두루 떠돌며 여행 중인 늑대 한 마리가
아프리카에서도 오지에 있는 식인종 부락에 들렀다.
마침 야자수 아래서 한 식인종이 창끝을 날카롭게 손질하고 있었다.
늑대가 먼저 자기 신분을 밝혔다.
“난 동양에서 사는 늑대라고 하오. 식인종으로 악명 높은 부락이라고 해서 잠시 들렀소이다.”
그러자 식인종도 반갑게 화답했다.
“아하, 성질이 더럽게 사나워서 때론 사람까지 해친다는 늑대가 바로 자네로구먼!”
유유상종이라던가. 공포의 대상으로 뭇사람들의 경계와 멸시를 받으며 살아온 식인종과 늑대는 그래선지 금세 친구가 되었다.
식인종이 야자를 한 덩어리 터서 내밀며 말했다.
“여행 중이라니 보고 들은 바가 많겠구먼.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좀 들려주게나.”
목을 축인 늑대가 긴 한숨을 내뱉으며 장탄식했다.
“세상 정말 말세입디다! 말세!”
“그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장탄식하던 말인데…?”
늑대가 몸서리치며 말했다.
“아프칸에서, 중동에서, 이라크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사람들이 폭탄을 맞고 한순간에 갈기갈기 찢겨져 죽는데, 정말 잔인하고 끔찍합디다!”
“악명 높은 자네가 몸서리칠 정도라면 댓 명 정도는 떼죽음 당했었나 보구먼?”
“댓 명이 뭡니까! 군인들은 물론이고 민간인과 아녀자들까지 포함해서, 무려 수천 수만 명이 서로 죽이고 죽었어요!”
식인종이 의아해서 물었다.
“수천 수만 명이나? 아니 그렇게 죽여서 뭘 해? 인육은 사흘만 지나면 썩어서 못 먹는 양식인데?”
“그러게 말예요! 인간들이 인간과 자연 환경을 대량으로 살상하는 전쟁이나 무기나 군비 확장에 쓰는 돈을 피차 줄이면, 그 돈으로 지구촌의 굶주리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우리 동물들까지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다고 합디다. 그런데도 세상에!“
말문이 막힌 늑대는 살육의 악몽이라도 꾸듯이 한동안 다시 부르르 떨며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평화로운 코발트빛 하늘을 우러러보며 회개라도 하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성질이 좀 더럽고 사나워서 사람을 두어 번 해친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사람이 날 먼저 해치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늑대인 저는 동족인 늑대를 해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흉악한 늑대는 사람들입디다. 정말 사람에겐 사람이 잔인한 늑대에요. 몇 사람 죽이고 죽는 건 눈 하나 꿈쩍 안 합디다! 사람들을 떼로 죽이고 되레 영웅이라도 된 듯 승리의 환호성까지 지르던데요 뭘!”
듣고 있던 식인종이 혀를 차며 장탄식했다.
“저런 무식한 놈들! 흉악한 놈들! 정말 세상 말세로구먼!”
늑대가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며 맞장구쳤다.
“맞아요! 유식한 말로 패권(覇權) 혹은 ‘권력에의 의지’라는 인간들의 탐욕이 인간들을 대량으로 살육하는 이 세상! 정말 말세라구요!”
늑대와 식인종은 참담한 마음에 잠시 말을 잃고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식인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즈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소식은 좀 아는 게 있나? 언젠가 그 나라 방송국에서 나와서 우리가 ‘미개한 식인종’이라고 해서 취재라던가, 사진 많이 찍어간 적이 있거든. 그 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우리가 그때 특별히 취재도 허락했었지.”
그러자 늑대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다가 이렇게 받았다.
“그 나라 지금은 ‘동방부정부패지국’이 되어 있던데요 뭐. 그 나라는 기성 세대들이 자녀 세대들에게 대대로 마치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는 자들이 능력 있는 자들이다’라고 가르치는 나라 같습디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한국, 그 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입디다. 대통령 임기 말년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어김없이, 당대 대통령의 형님과 친척과 인척과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감옥으로 들어가거든요. 심지어 대통령 본인이 직접 총에 맞아 죽은 자도 있고, 투신자살한 자도 있고, 감옥에 들어간 자들도 있고, 대개가 불행하거든요.”
“아니 왜 감옥으로 가? 백성들을 위해 청빈하게 일하느라 제 ‘머리 둘 곳’을 마련하지 못했나?”
“배가 고파서 빵을 훔쳐 먹었다면 차라리 동정이라도 받지요. 그자들이 토해내는 것을 보면 점잖게 훔쳐 먹은 것이 ‘빵’이 아닙디다. ‘억억’ 하는 돈덩어리입디다!
참 이상한 것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잘 났다는 또 다른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죽기 살기로 차기 대통령이 되려고 나선다는 그것입니다. 말을 바꾸면, 자기나 자기 자식이나 형제나 친인척이나 측근을 줄줄이 감옥으로 보내는 길인데도 말입니다.”
듣고 있던 식인종이 혀를 차며 다시 장탄식했다.
“저런 미개한 놈들! 어리석은 놈들! 정말 세상 말세로구먼!”
늑대가 고개를 크게 주억거리며 맞장구쳤다.
“맞아요! 잘난 인간들이 다투어 나서서 전쟁도 자행하고, 권력도 재물도 챙기지만, 한 번 탐심에 잡히면 그 탐심이 잘난 인간들을 한없이 어리석은 자로 만들어버립디다. 각종 탐욕이 지배하는 이 세상! 정말 말세라구요!”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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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족(自足)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 (디모데전서6-10)
***
-삼가 모든 탐심(貪心)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
*예수 그리스도- (누가복음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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