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맑아지면,
땅은 제련소가 된다.
순금으로 변해가는 들녘.
양식은 거룩하다.
후광이 있어 거룩하다.
알곡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 채,
이제 가슴을 키운다.
사랑의 가슴을 키운다.
주인 몰래,
참새도 먹여 살리고
허수아비도 먹여 살리며.
와서 보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먼저 보라.
한 알의 썩어짐은
죽음이 아니어라.
큰 삶이어라.
많은 열매의 삶이어라.
진실한 썩어짐은
종말이 아니어라.
큰 시작이어라.
큰 사랑의 시작이어라.
사람아,
한 알의 세계에
꽉 갇힌 사람아.
우리 서로,
너를 위해
썩어본 적이 없음을
정말 슬퍼하자.
조용히 그리고 진실로
썩어본 적이 없음을
크게 슬퍼하자.
슬퍼할 수 있을 때
지금 슬퍼하자.
내일이면 늦으리.
추수 때가 오면
영영 늦으리.
하늘이 높고
맑아지면,
땅은 모태(母胎)가 된다.
영혼을 출산하는 들녘.
거듭남은 거룩하다.
후광이 있어 거룩하다.
*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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