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야생초

이형선 2015. 9. 21. 08:21

 

 

반겨주는 이 없어도

뿌리만 살아 있으면,

무덤 같은 땅도

열어젖히고

다시 살아날 수 있단다.

가꿔주는 이 없어도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만 잘 맞으면,

싱싱하게 자랄 수 있단다.

 

남들이 잡초라고 하면

또 어때.

이 땅 위에

늘 푸른 나라를

이루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모습 이대로

열심히 살면 될 뿐.

 

못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이,

못난 것이

되레 다행이 되고,

약한 것이

되레 복이 되는

은혜의 비밀을

너는 아니?

정말 아니?

우린 약하기에

이웃과 늘 한 몸으로 산단다.

뿌리조차 한 덩이로 사는 걸.

 

우리가 쓸모없다고

말들 하지만

네가 너무 지쳐서

앉아 쉬고 싶을 때,

널 위해

방석이 되어 줄 수는 있어.

우릴 먹고 사는

양도 소도 있단다.

새벽에 와보렴.

보석처럼

영롱한 이슬을

방울방울,

우리 이 가슴에

가득 품을 수도 있거든.

 

 

   *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되어,)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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