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만추(晩秋)

이형선 2015. 11. 30. 09:31

 

 

애가를 부를까.

아가를 부를까.

내일도 해는 뜨고

강물은 흐르겠지만,

가을 풍경은 끝났다.

이제는 모든 인연과

헤어져야 할 시간.

영 헤어져야 할 시간.

낙엽 앞에 서면

네 삶도 내 삶도

한 해가 일생이니까.

 

내가 떠남으로

낙엽수,

네가 살 수 있다면,

마지막 시간조차

기뻐하고 싶었다.

슬퍼하기보다는

네 품안에서

너를 위해

기뻐하고 싶었다.

 

내가 떠남으로

상록수,

네가 남을 수 있다면,

마지막 모습조차

아름답고 싶었다.

누추하기보다는

네 앞에서

너를 위해

아름답고 싶었다.

 

꼬까옷 단풍 입고

울긋불긋

올긋볼긋

정말 기뻐하고 싶었다.

정말 아름답고 싶었다.

 

왜 그랬느냐고

한 번만

딱 한 번만

물어봐다오.

이 세상에 와서

알고 가는

비밀 하나

있기 때문이야.

 

하늘에 열리고

땅에 열리고

내세에 열리면,

봄 풍경도

가을 풍경도

다 사랑이더라.

네 겨울조차도

내 죽음조차도

다 사랑이고

그 기약이더라.

 

명년 봄에

우리 다시 만나자.

새 하늘 새 땅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누가 혹 내 소식 묻거든

누가 혹 내 생각하거든,

부족했던 내 사랑을

용서해달라고 전해다오.

안녕-!

 

  

   *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한일서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