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마구간'의 크리스마스

이형선 2015. 12. 21. 09:09

 

 

   1)

 

여관은 만원이다.

예나 지금이나

빈 방은 없다.

나그네 인생에게

여관은 필요하지만,

세상의 여관에

참 안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참 구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관의 불빛은

계시의 별빛보다

늘 더 화려하다.

동방의 별빛보다

늘 더 화려하다.

돌아서면 그래서 늘 더

허무하고 불행하다.

 

여관은 만원이다.

빈 방은 없다.

인생들의 욕심과

정욕으로 가득 차있다.

외모가 사람이라고

다 산 사람이더냐.

욕심의 눈에는

죄다 욕심으로 보이고

정욕의 눈에는

죄다 정욕으로 보이는 터.

욕심과 정욕의 눈에는

그것들에 가려져,

하늘나라가 보이지 않는다.

참 행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말씀이 육신이 된’

성육신(成肉身)의 계시도

그 비밀도 보이지 않는다.

들리지도 않는다.

만삭의 여인 동정녀 마리아,

저 성령(聖靈) 잉태의 비밀도

저 거룩한 고통도

끝내 알지 못하고

끝내 믿지 못한다.

아기 예수와 함께 거듭나는

거룩한 해산의 고통을

한사코 외면하는

세상의 여관에는,

예나 지금이나

거기 안주해서

되레 죽어가는 사람들로

이미 만원이다.

 

인생아.

생로병사의 길을 가는

나그네 인생아.

바람에 날리는

티끌 같은 인생아.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가장 좋은 소식이

무엇이더냐?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

가장 소중한 말씀이

무엇이더냐?

땅은 그림자인 것을.

하늘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을.

땅을 살리고 인생을 살리는

하늘의 사람이 누구이더냐?

참 사람이 정녕 누구이더냐?

오호라,

네 참 주인이 누구이더냐?

 

누추해도 좋다.

빈 집을 찾는다.

비천해도 좋다.

빈 방을 찾는다.

빈 집도 빈 방도 없다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를 비우는 자가

끝내 없다면,

주인을 주인으로 알고

섬길 줄 아는,

소가 살고 있는

외양간이라도 좋다.

주인을 주인으로 믿고

섬길 줄 아는,

말이 살고 있는

마구간이라도 좋다.

우리가 어디서 묵을꼬?

우리가 어디서 몸을 풀꼬?

 

  

   2)

 

 

(예나 지금이나

심령이 가난한 ‘마구간’이

먼저 화답을 한다.

문 열고 소리친다.

촛불을 밝히며 소리친다.)

 

여기 ‘마구간’ 있습니다!

누추한 곳이지만

괜찮으시다면,

은혜를 베푸시어

내 집에 오시옵소서.

긍휼을 베푸시어

내 집에 오시옵소서.

말처럼 살아왔나이다.

동물처럼 살아왔나이다.

용서하소서.

큰 긍휼을 베푸시어

이 죄인의 집에 오시옵소서.

거듭나고 싶습니다.

진실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서 오시옵소서.

내 심령이 비어있나이다.

내 구유도 비어있나이다.

내 안에 오시옵소서.

세상에서 살아도 살고

세상에서 죽어도 사는,

영원한 생명으로 오시옵소서.

내 영원한 주인으로 오시옵소서.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오시옵소서.

대망의 메시아여,

죄인들의 구주(救主)여,

‘임마누엘’의 하나님이여,

어서 오시옵소서!

어서 오시옵소서!

 

 

노엘 노엘.

‘하늘나라 왕’이 나셨네.

누추한 마구간에서 나셨네.

성령으로 잉태 되어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나셨네.

 

노엘 노엘.

‘나의 주(主) 나의 하나님’이 나셨네.

누추한 마구간에서 나셨네.

성령으로 잉태 되어

‘죄인인 내 심령’에서 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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