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먼 고향 묘소에서
날 찾아오신,
우리 엄니와
우리 아부지와 함께
빨래를 했다.
설을 쇠려고
빨래를 했다.
가난한 추억도 먹고,
질긴 그리움도 마시며
물빨래를 했다.
찌든 마음이나
더러운 마음
빠는 일은,
찌든 옷이나
더러운 옷
빠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워서,
어제 내내
물빨래를 했다.
일출과 일몰을
살다 가는
나그네 인생에게,
오늘 살아있음이
위에서 허락하신
은총인 것처럼,
위에서 주신
기회인 것처럼,
그렇게 열린
또 한 해의 하늘.
나눌 수 있는
또 한 자락의 햇살.
또 한 그릇의 떡국.
또 한 잔의 축복.
천지(天地)진미이다.
천지일체이다.
자족은 늘 넉넉하다.
그래서 설날이다.
설빔은 없어도 족하다.
어제 내내 물빨래한
마음 있어 족하다.
영혼의 나이테를
그릴 수 있는,
청결한 마음 있어
진실로 진실로 족하다.
그래서 참 명절이다.
*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태복음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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