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어떤 인생체험 후기

이형선 2016. 7. 4. 09:28

 

 

남의 발 씻기는 일이

천한 일이라지만,

남의 더러운 발

깨끗하게 씻기면서,

더러운 내 손도

깨끗하게 씻어지더라고.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도 모르게,

남의 더러운 발

진하게 씻기는 손은,

그래서

더럽혀질 새가 없는가 봐.

 

그게 행함의 비밀 아니겠어?

그게 하늘의 복과 통하는,

하늘의 참 복과 상관(相關)있는,

섬김의 비밀이자

긍휼의 비밀 아니겠어?

 

물론 서울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이나

저 종로 네거리에서,

나발 불며

남의 더러운 발

씻길 수도 있지.

고무장갑 끼고

남의 더러운 발

씻길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이벤트잖아.

과시용이나 외식용이잖아.

그래서 울림도 없잖아.

네 발의 더러움도

내 손의 더러움도

그대로 있고,

향기는커녕

생고무냄새만 나던 걸.

돌아서면

속이 울렁거려

헛구역질만 나던 걸.

 

네 발도

지극히 작은 자의 발도

한 뼘 내 손으로

씻기는 건 아니더라.

마음으로 씻기는 거지.

과연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도 모르게 말이야.

받는 사람에게도

주는 사람에게도

참 사랑은 은밀한 거잖아.

참 행복도 은밀한 거잖아.

처음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마음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없는 씻김은

그래서 울림도 없잖아.

상관(相關)의 울림 말이야.

네 발의 더러움도

내 손의 더러움도

그대로 있고,

하늘의 향기는커녕

가식의 냄새만 나던 걸.

돌아서면

속이 메스꺼워

헛구역질만 나던 걸.

 

오호라.

마음도 사랑도

영혼까지도,

이제는 상품이 되고

장사가 된 시대여.

스스로 유식해진

인본주의 시대여.

내로다(自己)와 재물이

아예 신(神)의 자리에 앉은

‘神(?)자본주의’ 시대여.

 

이기적인

지극히 이기적인

머리와 배만

가분수처럼 커지고,

내 손과 네 발은

더 더러워진 세대여.

양극적인

지극히 양극적인

유세와 갑질만

빙산처럼 커지고,

섬김의 손과 발은

다 더러워진 세대여.

저 강남유흥가의

입술서비스처럼

다 더러워진 세대여.

 

오호라,

심판의 날이 오기 전에,

우리의 더러운

너무 화장해서 더러운,

이 손과 발을

어디서 씻을꼬?

우리의 더러운

너무 매끈해서 더러운,

이 손과 발을

정녕 누가 씻길꼬?

 

참 구원이여,

친히 오소서!

어서 오소서!

참 삶이여,

친히 오소서!

어서 오소서!

대못 자국 난

손과 발로

어서 오소서!

대속의 피

진하게 흐르는

손과 발로

어서 오소서!

 

 

   *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相關)이 없느니라.-(요한복음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