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발 씻기는 일이
천한 일이라지만,
남의 더러운 발
깨끗하게 씻기면서,
더러운 내 손도
깨끗하게 씻어지더라고.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도 모르게,
남의 더러운 발
진하게 씻기는 손은,
그래서
더럽혀질 새가 없는가 봐.
그게 행함의 비밀 아니겠어?
그게 하늘의 복과 통하는,
하늘의 참 복과 상관(相關)있는,
섬김의 비밀이자
긍휼의 비밀 아니겠어?
물론 서울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이나
저 종로 네거리에서,
나발 불며
남의 더러운 발
씻길 수도 있지.
고무장갑 끼고
남의 더러운 발
씻길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이벤트잖아.
과시용이나 외식용이잖아.
그래서 울림도 없잖아.
네 발의 더러움도
내 손의 더러움도
그대로 있고,
향기는커녕
생고무냄새만 나던 걸.
돌아서면
속이 울렁거려
헛구역질만 나던 걸.
네 발도
지극히 작은 자의 발도
한 뼘 내 손으로
씻기는 건 아니더라.
마음으로 씻기는 거지.
과연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도 모르게 말이야.
받는 사람에게도
주는 사람에게도
참 사랑은 은밀한 거잖아.
참 행복도 은밀한 거잖아.
처음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마음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없는 씻김은
그래서 울림도 없잖아.
상관(相關)의 울림 말이야.
네 발의 더러움도
내 손의 더러움도
그대로 있고,
하늘의 향기는커녕
가식의 냄새만 나던 걸.
돌아서면
속이 메스꺼워
헛구역질만 나던 걸.
오호라.
마음도 사랑도
영혼까지도,
이제는 상품이 되고
장사가 된 시대여.
스스로 유식해진
인본주의 시대여.
내로다(自己)와 재물이
아예 신(神)의 자리에 앉은
‘神(?)자본주의’ 시대여.
이기적인
지극히 이기적인
머리와 배만
가분수처럼 커지고,
내 손과 네 발은
더 더러워진 세대여.
양극적인
지극히 양극적인
유세와 갑질만
빙산처럼 커지고,
섬김의 손과 발은
다 더러워진 세대여.
저 강남유흥가의
입술서비스처럼
다 더러워진 세대여.
오호라,
심판의 날이 오기 전에,
우리의 더러운
너무 화장해서 더러운,
이 손과 발을
어디서 씻을꼬?
우리의 더러운
너무 매끈해서 더러운,
이 손과 발을
정녕 누가 씻길꼬?
참 구원이여,
친히 오소서!
어서 오소서!
참 삶이여,
친히 오소서!
어서 오소서!
대못 자국 난
손과 발로
어서 오소서!
대속의 피
진하게 흐르는
손과 발로
어서 오소서!
*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相關)이 없느니라.-(요한복음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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