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개안(開眼)

이형선 2016. 7. 18. 09:32

 

 

인생살이

몇 고개 넘어보니,

땅만 세상이 아니더라.

하늘도 세상이더라.

떡만 생활이 아니더라.

말씀도 생활이더라. 

땅보다 하늘이

더 길고 더 복 있는

세상이더라.

떡보다 말씀이

더 크고 더 복 있는

생활이더라.

 

인생살이

몇 고개 넘어보니,

잘났다는 네가

살아온 자리도,

못났다는 내가

살아온 자리도,

다 주름살뿐이더라.

때론 경쟁하고

때론 미워하고

때론 싸우며 살아온,

네 자리도

내 자리도

다 티끌 같은

백발뿐이더라.

요람은 멀고

무덤은 가깝더라.

 

누가 거친 바람을

시련이라고 하더냐.

누가 궂은비를

불행이라고 하더냐.

너와 내가

살아왔던 자리에

상처처럼 남은

오물들을,

운명처럼 남은

죄와 허물들을,

대속(代贖)하듯

대속하듯

하늘의 바람이

자락으로 쓸어주고,

하늘의 비가

온몸 던져

닦아주던 것을.

 

인생살이

몇 고개 넘어보니,

맑은 날만

은총이 아니더라.

원시에 열리면,

근시(近視)에서

원시(遠視)로 거듭나면,

거친 바람도

궂은비도

다 은총이더라.

더 큰 사랑이더라.

비바람 모질게

맞은 자리에서,

하늘을 향하여

더 가깝게

너를 향하여

더 가깝게,

순결한 백합화

한 떨기씩

곱게 피어나더라.

영원한 백합화

한 떨기씩

곱게 살아나더라.

 

  

   *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예수)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왕)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마태복음6: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