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반딧불이

이형선 2016. 8. 29. 09:09



세상 뜬구름에

죄다 가려진

때문이려니.

빛을 닮은,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시대.

그 외진 시골

밤하늘에서

계시(啓示)처럼

옛 벗을 만난다.

아직도 살아있는

반딧불이.

지금도 하늘 나는

반딧불이.

 


동요

함께 부르던

그때처럼,

새벽이슬만

먹고 살아도

보석처럼

청아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아직도 믿느냐고

화두(話頭) 던지듯

묻는다.

 


동심

함께 그리던

그때처럼,

작은 자의

작은 빛이

캄캄한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도 믿느냐고

형광(螢光) 던지며

묻는다.

 


내 침묵이

너무 길어진

때문일까.

여기는

청정(淸淨)지역,

나그네로 살아온

네 발의 신을

먼저 벗으라고 한다.

 


내 밤이

너무 길어진

때문일까.

여기는

청정의 나라.

세속에 절은

네 마음의 신을

먼저 벗으라고 한다.

 

  

  

   *

 



-하나님이 떨기나무(불꽃)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애굽기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