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사람도 많고
시장엔 콩도 많지만
그래도 삶은 하나랍니다.
삶다운 삶은 하나랍니다.
하늘도 땅도
하나인 것처럼.
하 많은 콩 중에서
지지리 못났다고
지지리 천하다고,
사람들은 날
메주콩이라고 부르지만
너무 박대하진 마세요.
콩이라고 다
나물이 되는 줄 아세요.
아녜요 진실로 아녜요.
맵시 있는 강낭콩이 잘 났다지만
그게 나물이 될 수 있는 건 아녜요.
녹두나 검은콩이 건강에 좋다지만
그게 당신 밥상에 오를 수 있는
나물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녜요.
타는 당신 속
시원하게 풀어줄
나물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암담한 사면초가에 갇혀
물 먹어본 적 있으시죠.
세상이 온통 캄캄하고
별똥만 오락가락하던 때 있으시죠.
그건 약과예요.
운명의 틀에 덜컥 갇힌 채
두 시간에 한 번씩
온몸에 물먹기를
무려 열흘하고도 이틀.
처음엔 퉁퉁 부어
비명도 많이 질렀지요.
살려달라고
살게 해달라고
애원도 많이 했어요.
한 많은 세상을
비관도 원망도 많이 했어요.
그럴수록 더 물만 먹이더라고요.
그날 이후,
내 아집은 죽었지요.
하얗게 죽었지요.
온몸을 주인의 뜻에
다 맡겨버렸어요.
죽은 자는 말이 없잖아요.
주는 물 그대로
퍼붓는 물 그대로
먹고 마시기만 했지요.
그랬더니 글쎄, 보세요.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변해 있더라고요.
이제는 나도 알지요.
그래서 감히 말씀하지요.
한 알의 콩이 죽어야
콩나물이 된다는 것을.
한 알의 콩도
물과 주인의 뜻으로
거듭나야만,
섬김의 그릇에
들어갈 수 있고
사람의 밥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
-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육(肉)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靈)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는 말을
놀랍게 여기지 말라. -(요한복음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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