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사순절, 어느 날의 기도

이형선 2017. 4. 3. 10:00



주님,

저는 질그릇이옵니다.

당신을 담도록

당신이 흙으로 빚은

질그릇이옵니다.

질그릇 됨의 본분과

제 몫의 분수를 알고,

금그릇이나 은그릇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 않게 하시고,

나무그릇이나 작은 종지를

무시하거나

홀대하지 않게 하소서.



다른 그릇과

비교하며 경쟁하는

어리석은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제가 하나님의

소중한 자녀이자

그릇인 것 같이,

이웃도 하나님의

소중한 자녀이자

그릇임을

늘 잊지 않게 하소서.

나아가,

세상의 오물이 담긴

금그릇 되기보다는

깨끗한 질그릇 되어,

하늘의 보화가

담겨질 수 있도록

늘 힘쓰게 하소서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달란트가

단 한 달란트다 쳐도,

그것을 땅 속에 묻어둔

악하고 게으른 종

되지 않게 하시고,

그나마 있는 것에

감사하며,

신실한 생명을 키우는

착하고 충성된 종

되게 하소서.

저에게 허락하신

내 모습 이대로

자족하며,

가시를 통해 되레

영원한 생명을 키우는

지혜로운 농부

되게 하소서.



많이 가진 부자

되기보다는,

보리떡을 가졌어도

보리떡을 나눌 줄 아는

그리스도의 제자

되게 하시고,

많이 아는 학자

되기보다는,

하나를 알더라도

하나를 실천할 줄 아는

십자가의 제자

되게 하소서.



한계를 살다가는  

허무한 피조물인

저의 뜻의 성취를 위해

예배드리며 기도하는

삶이 아니라,

사심도 욕심도 없는

저 들의 백합화처럼

살아계신 창조주

하나님의 뜻의 성취를 위해

예배드리며 기도하는

삶의 평안과

그 큰 기쁨의 향기를

알게 하시고,

살아도 감사하고

죽어도 감사하는

참 자유의 비밀이자

부활 생명의 신비를

알게 하소서.

더욱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지금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의 나라가

또한,

진실로진실로

저의 나라가

되게 하시고,

우리의 나라가

되게 하소서.

더욱 되게 하소서




       *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사도 바울(*빌립보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