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꽃비 내리는 날

이형선 2017. 4. 24. 09:24



네 꽃으로

한백년,

너와 함께

살고 싶었다.

파뿌리 되도록

한백년,

네 곁에

머물고 싶었다.

 


너를 위해

기다리던 비.

단비가

내리는구나.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비바람이 불면

눈송이처럼

나는 져야 해.

봄비가 내리면

꽃비처럼

나는 떨어져야 해.

 


내 때가

이르렀으니,

내 길을 가야지.

우리,

슬퍼하지 말자.

낙심하지도 말자.

내가 죽어야

네가 과목이

될 수 있는 것을.

내가 떨어져야

네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을.

 


내가 떠난

자리가 제발,

네 상처가

되지 않게 해다오.

꽃자리 맺히는 날,

이렇게 새겨다오.

우리의 사랑은

슬픔보다 큰

평안이었다고.

우리의 기약은

사별보다 긴    

희망이었다고.



우리는

오는 세월,

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또 만나리니.

우리는

오는 나라,

저 하늘에서

무엇이 되어

또 만나리니.

 

 


  

   *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요한계시록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