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새 왕비' 간택을 위한 '아젠다'

이형선 2017. 5. 1. 10:29



목하 대선주자들의 각축이 뜨겁습니다.

이번 19대 대통령선거엔 입후보자들이 무려

15명이나 되더군요. 두 명이 사퇴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대 최고 수치인데,

과연 누가 국민들의 선택을 받게 될까요?

요즘 왠지 프랑스의 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역사가였던,

알렉시스 토크빌이 했던 이런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정치수준이 완악하거나 저급하면 선거라는 민주(民主) 제도를 통해 역시 완악하거나 저급한 수준의 정치지도자와 정부를 선택해서, 기존의 그 완악하거나 저급하고 후진적인 비리나 부정부패나 패권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고생을 자초하기 마련이니까요. 대통령이나 정부의 수준은 곧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이니까 특정 지도자의 비리에 의해 국제적 망신을 당해도 달리 누구를 탓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거울삼아, ‘어리석은 국민이 되어 어리석은 지도자를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야할 필연성이 거기 있겠지요. 따라서 선동적 지역감정이나 군중심리, 배타적 좌우이념논리, 가짜뉴스나 마타도어, 포퓰리즘 등에 현혹되어 남의 장단에 춤추는그런 어리석은 국민이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지혜로운 국민이 되어 국가와 국민을 보다 잘 섬기며 잘 살릴 수 있는 지혜로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이번 대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각설하고,

조선왕조에서 가장 장수한 왕은

83세를 살다간 영조(英祖)입니다. 남달리 강건하셨던가봅니다.

정비였던 정성왕후(貞聖王后) 서씨가 서거하자, 영조는 66세에 새 왕비를 맞이하기 위해 직접 처녀 간택을 하게 됩니다. 당시 제도에 의하면 왕비 간택은 3차례의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다수 후보들 중에서 초간택을 통과한 6명이 뽑혀 재간택을 치르고 그 중 3명이 최종후보에 올라가는 삼간택과정이 그것입니다.

 


아무튼 그런 과정에서, 입궐한 왕비후보들은 기존 관례나 관행대로 아버지의 벼슬과 이름이 써 붙여진 방석 위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처녀만이 방석 옆 맨바닥에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의아한 왕이 그 까닭을 묻자 그 규수의 대답인즉 이렇습니다.

아무리 종이일지라도 아버지의 성함이 쓰여 있는 것을 어찌 깔고 앉을 수 있겠사옵니까.”

 


이윽고 왕이 공개적으로 왕비후보들에게 아젠다(agenda)’를 던집니다.

꽃 중에 꽃(花復花)은 무엇이냐?”

규수들은 각각 나름대로 모란꽃’, ‘함박꽃’, ‘월계화등이라고 답변합니다. 그런데 예의 저 처녀의 답변인즉 남달리 특이합니다.

목화꽃이옵니다.”

그건 흔하고 볼품없는 꽃 아닌가. 의아한 정조가 그 까닭을 묻습니다.

그 꽃이 아니면 만백성이 헐벗기 때문이옵니다.”

 


왕이 다시 공개적인 아젠다를 던집니다.

반찬 중에 제일 좋은 반찬은 무엇이냐?”

규수들은 역시 나름대로 특정 반찬을 거론합니다만 예의 저 규수의 답변인즉 또한 특이합니다.

소금이옵니다. 모든 반찬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옵니다.”

예의 저 규수가 바로 15세에 왕비로 간택된 정순왕후(貞純王后)이자 오흥부원군 김한구의 딸입니다.

 


나라와 백성을 살리는

세상의 목화꽃이자

세상의 소금으로 살고자했던,

그래서 그 뜻을 높이 평가한 영조에 의해

국모(國母)로 간택된 정순왕후.

지혜와 덕이 높았던 그녀는 그러나 그

처음마음을 끝까지 간직하지 못합니다.

 


왕비가 된 이후, 그녀는 권력욕이나 패권에 사로잡힌 아버지 김한구의 탐심과 정치적 사주에 밀려 정계의 중심에 나서 진흙탕 당파싸움에 휘말리고 맙니다. 그래서 뒤주에 갇힌 채 굶어죽은 사도세자의 비극에 가해자가 됩니다. 어린 순조의 수렴청정을 할 때는 천주교도들을 처형하고, 정약전 정약용 형제 등을 전라도로 유배시키는 등 비리와 패도를 자행하다가 6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니까 꽃 중에 꽃목화꽃이 아닌 권력이었고, ‘반찬 중에 반찬소금이 아니고 실인즉 자기에게 줄서서 아부하는 당파라는 들러리 패권세력이었던 삶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섬기는 삶이 아니고 군림하는 삶이었던 것. ‘세상의 아버지가 그녀를 그렇게 사심과 탐심과 오욕의 길로 인도한 것입니다.

 


과연 타락한 조상의 피를 이어받은 그래서 태생적으로 타락한 상태에 있는 인간 우리의 마음은 실로 간사하기 짝이 없습니다. 화장실 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고, 배가 고플 때의 마음과 배가 부를 때의 마음이 다릅니다. ‘왕비대통령이 되기 전의 마음과 된 이후의 마음이 다릅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의 의미가 그런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고서는”, 실로 그 누구도 순수했던 처음마음을 간직할 수도 없고 처음사랑을 지속할 수도 없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이자 저술가인

토마스 칼라일의 이런 명언도 같은 맥락의 의미를 가집니다.

고난을 이긴 자는 많지만, 성공을 이긴 자는 드물다.”

스스로 배가 부르면처음마음, 처음사랑을 잃어버리고, 내로라하며 자기를 높이는권력이나 탐욕이나 정욕의 길, 사심의 길을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겠지요. 실인즉 세상의 목화꽃이나 세상의 소금이나 세상의 빛이 되고자 나선 자도 많고 고난을 이긴 자도 많지만, 그러나 정작 성공을 이긴 자는 드뭅니다. ‘성공했다는 세상의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성별(聖別)되어야 할 종교지도자들의 행태까지도 일단 배가 부른위치에 오르면 스스로 교만해져서 혹시나역시나로 끝나버리는 오늘의 속물적 세태가 그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한편,

빈천한 집안에 태어나 어머니조차 일찍 여의고

초등학교를 중퇴했지만 그러나 독학해서 변호사가 되고,

이후 수많은 좌절과 낙선이라는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미국의 16대 대통령까지 되었던 에이브라함 링컨.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처음마음이라는 그 뜻 그 비전 그 사명을 잃지 않고, 고통 받는 노예들의 해방을 선포하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등 오늘의 통일 미국의 초석을 다진 후, 비명에 순교자처럼 위대하게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러나 그는 성공한 권좌에서 내가 배울 것은 어머니가 유산으로 물려준 성경, 이 한권의 책에 다 있었다고 겸손하게 회고했습니다. 그것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한 분의 지도자 그리스도에게서 배운 참 교육과 참 지혜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인생 고백이자 오늘도 나는 늘 기도하며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는 신앙 고백에 다름 아닙니다. 그래서 대통령으로 성공한 후에도 처음마음을 잃지 않고 시종여일하게 헌신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섬기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역경을 견뎌낼 수는 있다.

 사람의 인품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권력을 주어보라

 (Nearly all men can stand adversity,

 but if you want to test a man’s character, give him power.)-  

 


저 칼라일의 명언과 같은 맥락의 의미일 수 있습니다. ‘역경을 이긴 자는 많지만, 주어진 권력을 이긴 자는 드물다’, 성공한 대통령이나 성공한 권력자가 된 자는 드물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재물(property)을 주어 봐도역시 같은 경우가 되겠지요.

국민들이 권력을 주어본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저 조선왕조의 정순왕후처럼 온 천하를 얻었지만그 결국이 자기의 독선이나 교만, 자기 자녀나 형제나 측근들의 탐욕이나 비리나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죄다 불행했습니다. 세상의 부모나 자녀나 형제나 측근들을 하늘에 계신 하나님한 분이신 지도자 그리스도보다 더 사랑했기에 되레 자신도 그 가족들도 다 불행했습니다. 그것이 역사의 역설적 증언이자 웅변입니다. 과연 그래서 그리스도의 말씀이자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인간 내 자녀가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키워야 할 절대 비전과 필연성도 거기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며,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태복음10:37~39) 

 


이번에 누가 당선 되든,

대한민국 새 대통령이나 새 왕비는 아무쪼록 살아계신 하나님과 역사의 심판 두려운 줄을 알고, ‘세상의 목화꽃이나 세상의 소금이나 세상의 빛이라는 아젠다가 그런 것처럼 시종여일하게 섬기는 삶의 모범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보다 복되게 살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목화꽃소금도 그 목숨그 본분 그 가치를 잃어버리면 아무 쓸 데 없이 버려져, 금세와 내세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니까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태복음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