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해당화(海棠花)

이형선 2017. 9. 4. 09:45



-갈매기마저

 외로워서 운다.

 사람들이 다투듯

 떠나버린,

 고무신처럼

 초가지붕처럼

 도시로

 도시로,

 성공 찾아

 번영 찾아

 죄다 떠나버린

 앙상한 섬마을.

 

 

 그 외진

 산기슭에서

 홀로 붉게 타는

 네 얼굴은,

 내내 기다려도

 끝내 오지 않는

 누구를 기다림이냐.

 갯바람에

 날려 보내는

 네 향기는,

 하 그리워도

 잊은 듯 오지 않는 

 누구를 그리워함이냐.

 

 

 네 명색이

 그래도

 장미과() 아니더냐.

 나와 함께 도시로 가자.

 네 얼굴

 네 향기

 네 맵시 정도면

 호강할 수 있느니라.

 잘 먹고 편히 살며

 행세할 수 있느니라.

 

 


-아서요, 선생님.

 총각선생님.

 못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이

 가시가 많은

 섭리의 가시가 많은,

 저라도 남아

 섬마을을 지켜야지요.

 고향을 지켜야지요

 

 

 도시로 가면

 물 떠난 고기처럼

 전 절로 죽고 만답니다.

 갯바람을 맞아야만

 살 수 있는

 제 이름은 해당화.

 장미도 아니고,

 도심의 장미가

 부럽지도 않는,

 제 이름은 해당화.

 갯바람의 비밀을

 아시나요?

 저 소금바람 같은

 거룩한 영()

 비밀을 아시나요

 

 

 지어진 바다,

 당신 품 안에서만

 살 수 있는

 제 이름은 해당화.

 지으신 하나님,

 당신 품 안에서만

 살 수 있는,

 제 이름은 해당화.

 백합화도 아니고,

 들의 백합화를

 시샘하지도 않는,

 제 이름은 해당화.

 

 

 바다의 비밀을

 아시나요?

 갈릴리 바다의

 비밀을 아시나요

 세상의 배꼽 같은

 그리고

 우리의 배꼽 같은,

 갈릴리 바다 위를

 어제도 오늘도

 성큼성큼

 걸어오시는

 현존의 비밀을

 진실로 아시나요?

 생명의 비밀을

 진실로 아시나요?   

 


 세상에서

 차라리

 죽은 꽃 되어

 생명으로

 생명의 자리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세상에서

 차라리

 버려진 꽃 되어

 소명으로

 소명의 자리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세요.

 선생님,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저를 꺾지도

 말아주시고

 제 마음을 흔들지도

 말아주세요

 제 분수 알고

 제 몫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처음마음처럼

 처음행위처럼

 제 몫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저를 지켜주세요.

 선생님, 제발

 저를 지켜주세요

 

  


   *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너희 각 사람에게

 말하노니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로마서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