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보고
살아왔더냐.
빛 보고
살아왔더냐.
시든 꽃
곱지 않지만,
시든 석양은
한낮보다
더 고와라.
인자의 품처럼
붉게 물든,
저 노을빛
저녁하늘.
저 넉넉한
가을하늘.
이제는
참회하는
인격처럼
교회 첨탑
높은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석양(夕陽).
누굴 닮아
누구 대신
매달린 것일까.
한 겹
내 죄,
두 겹
내 허물.
내 대신일까.
신의 성품을
닮은
대속(代贖)은,
예나
지금이나
기쁨이 되고
잔치가 되고.
은빛으로
금빛으로
온통 빛나는
십자가.
이제는
겸허하게
배경이 되고
후광이 된
석양은,
그래서
임종조차
찬란해진다.
황혼의
그늘은
이미 없다.
때론 기쁘고
때론 괴롭던
하루.
일생 같은 하루.
이제
석양은 지지만,
내일에 열려지면
아하,
저녁도
아침도
다 고운
노을이려니.
때론 선하고
때론 악하던
일생.
하루 같은 일생.
이제
석양은 지지만,
내세에 열려지면
아하,
금세도
내세도
다 고운
낙원이려니.
*
-(*함께 십자가에 달린 행악자 중 하나가)
이르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23:42~43)
'영성 편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에게 있는 '두 가지 병'과 '괴이한 일' (0) | 2017.10.02 |
---|---|
캄캄한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면서 (0) | 2017.09.25 |
이 '난리 소문' 시대의 '참 지도자' (0) | 2017.09.11 |
해당화(海棠花) (0) | 2017.09.04 |
'불가사의한 만리장성'과 그 '생명' (0) | 2017.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