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 이는
있어도
주인은 없다.
나그네여도 좋단다.
탕자여도 좋단다.
현존(現存)이 주인일 뿐.
찾는 이에게
늘 열려있는 자리.
돌아온 이에게
늘 열려있는 안식.
거듭나면(面)
죽어도살리(里)의
‘가나안마을’,
그 수문장처럼
그 십자가처럼
동구 밖에
여전하게 서있는
정자나무.
오랜만이구나.
늘어지도록
품이 더 커졌구나.
타향 나그네로
예까지 살아온,
지나온 광야 세월의
내 갈지(之)자 걸음.
훔치는 땀방울이
굵고 거칠수록
더욱 커 보이는
정자나무 아래.
돌베개를 베고 자던
‘베델’에서의 체험,
그 하늘의 언약처럼
그 하늘의 은혜처럼
더욱 커 보이는
정자나무 아래.
이젠,
청록의 산하가
과거사처럼
한눈에 들어오고.
바람 한 자락에도
마음은 열려지고.
가을 잔골 단풍마저
내 이웃이 되고.
나와 한 몸이 되고.
세월아,
너무 재촉 마라.
너무 닦달 마라.
무서리 내리는 날,
미련 없이 떠나리라.
세상아,
너무 상관 마라.
너무 난 체 마라.
너보다 '말씀'이 더 좋아
'말씀'을 좀 더 먹다
빈손으로 떠나리라.
이젠,
‘하늘마을(天城)’을 향해
순례자로 떠나리라.
*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삽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창세기47:9)
'영성 편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속에 '천국'이라는 집짓기 (0) | 2017.10.23 |
---|---|
'명군(名君)'과 '최악의 군주' 사이 (0) | 2017.10.16 |
사람에게 있는 '두 가지 병'과 '괴이한 일' (0) | 2017.10.02 |
캄캄한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면서 (0) | 2017.09.25 |
석양(夕陽) (0) | 201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