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우화)- 사향노루와 그의 동무 노루들

이형선 2012. 8. 20. 08:52

 

   또래인 노루 몇 마리가 아까부터 숲속에서 여느 때처럼 어울려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풀도 뜯어먹고, 자기들의 뿔을 서로 견주며 자랑도 했다. 그 뿔로 씨름하듯 서로 밀고 당기며 자기들의 힘을 키우고 단련하기도 했다.

 

 

   그런 노루들 속에 같은 또래의 수컷이지만 뿔도 없고, 몸집도 여느 노루보다는 작고 약한 그래서 어울려 놀지 못하고 처져 있는 한 마리가 있었다. 사향노루였다.

   그런 사향노루에게 악동인 한 노루가 여느 때처럼 또 짓궂은 말을 던졌다.

   “뿔도 없는 놈이 거기서 뭘 하고 있어! 앞으론 암컷들 동네에나 가서 놀아라고 내가 어제 말했잖아!”

   그러자 다른 노루가 맞장구쳤다.

   “같잖은 가오리가 배꼽은 두 개라더니, 뿔도 없는 게 이젠 귀까지 먹어버린 것 아냐?”

   그러자 다른 노루들이 킥킥거리며 함께 웃었다.

 

   그렇게 왕따나 놀림이나 천대를 당하는 데는 이미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대범해진 것일까. 사향노루는 오히려 미소까지 지으며 이렇게 받았다.

   “난 내 동무인 너희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이렇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말했잖아. 너희들은 뿔도 크고 힘도 강해서 참 좋겠다. 나는 너희들의 그 뿔이나 힘을 볼수록 그것이 우리 노루들을 지켜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뿔이자 힘이다 싶어 마음이 늘 든든하단다. 정말이지 기쁘고 즐겁단다.”

   “자식, 주제에 또 말은 고상하게 한단 말이야.”

   노루들은 사향노루의 그런 말이 결코 싫지는 않아서인지 그를 그냥 내버려두고, 다시 자기들끼리 어울려 노는데 몰두했다.

 

   그렇게 또래의 노루들이 함께 어울려 놀고 있는 그들 무리 속에서는 언젠가부터 아주 고운 향내가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리고 자기의 뿔자랑과 힘자랑 외엔 관심이 전혀 없는 노루들은 그런 향내의 가치를 가치로 알지도 못했고 또한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향노루조차 그 향내가 바로 자기 배에서 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한 목동이 꼴을 베러 산에 올라왔다가 바람결에 고운 향내를 맡게 되었다. 목동은 향내가 나는 쪽을 향해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선 여느 때처럼 노루들이 힘겨루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그런 노루들 속에 있는 사향노루를 금세 알아본 목동은 뒤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사향노루를 확 덮쳤다.

 

  

   그렇게 목동에게 사로잡힌 사향노루는 발버둥을 쳤지만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향노루는 동무들을 향해 애절하게 부르짖었다.

   “얘들아! 날 좀 도와줘! 날 좀 살려줘!

    동무들아! 그 뿔 그 힘을 합쳐서 날 좀 살려줘!

    난 너희들과 함께 살고 싶단 말이야!”

 

   사향노루는 목동에게 끌려가면서 계속해서 그렇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동무 노루들은 그렇게 잡혀가는 사향노루를 그냥 못 본척했다. 오히려 ‘암컷동네’로 보내려고 했는데 차라리 잘됐다면서 서로 수군거리기만 했다. 끌려가는 모습이 가관이라고 앞발질하며 킼킼 웃는 노루도 있었다.

 

 

   그렇게 사향노루가 그들에게서 떠나간 후.

   남은 노루들끼리만 모이자 이상하게도 그날부터 그들 무리 속에서 향내가 나기는커녕 노린내 같은 악취가 고약하도록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런 악취는 그들이 함께 어울려 놀 수가 없을 정도로 고약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 그 노루들은 더 이상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놀 수가 없었다. 그런 날이 하루 이틀 계속되면서 그들은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은 그들의 뿔이나 힘을 한데 모아 어느 때 한 번 변변히 써보지도 못한 채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후 각각 누군가를 피해 늘 도망 다니는 것처럼 살아가야만 했다.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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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의 삶이 예술이라면,

 당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해석은

 그 사람의 수준에 달려있다.-

 

 

                                     (커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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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지 못하리라.

 

 

 그뿐 아니라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 그런즉

 

    

        (…)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사도 바울, 고린도전서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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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완전하다면 우리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결점을 참아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제 우리에게 서로 다른 사람들의 실수와 허물을 참고

 이해하기를 배우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어느 누구도 허물이 없는 사람이란 없으며,

 자기의 짐을 지고 있는 않은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스스로 만족할만한 완전한 사람은 없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충분한 지혜를 지닌 사람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참고, 서로 위로하며,

 서로 돕고 가르쳐주고 충고해주어야 합니다.-

 

 

                                                                 (토마스 아 캠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