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한가위 보름달의 얼굴들

이형선 2013. 9. 19. 21:45

 

한적한 시골의 보름달이

서울의 보름달보다

더 가깝고

더 정겨운 것은

흑백의 추억 때문일까.

순박한 하늘 때문일까.

사람이 맑으면

밤하늘도 맑은 것이려니.

인연이 짙으면

밤하늘도 짙은 것이려니.

 

 

밤하늘을 밤하늘로

조용히 우러러볼 수 있는

홀로의 공간에

휘영청,

먼저 와서 떠있는

둥근 얼굴.

교차하는

고인의 얼굴들.  

켜켜이 그리운 얼굴들.

 

 

-안식하소서.

 고이 안식하소서.

 하늘나라는 왜 그리 먼지요.

 하늘나라는 왜 그리 가까운지요.

 은하수는 멀어도

 한가위, 오늘 여기

 보름달이 있어

 추모(追慕)는 외롭지 않습니다.

 

 친구는 선택할 수 있어도

 부모는 선택할 수 없는 것.

 혈육은 선택할 수 없는 것.

 선택할 수 없는 인연은

 상처마저도 그리움이 됩니다.

 세상의 아픔 다 잊고  

 안식하소서.

 밤하늘의 달도 지으시고

 모든 인생도 지으신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 안에서,  

 평안히 안식하소서.    

 

 

                               (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