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가을 해바라기

이형선 2013. 10. 14. 09:19

 

가장 아름다운 꽃은

꽃이 아니랍니다.

가장 아름다운 꽃은

얼굴이랍니다.

살아있는 참 꽃은

활짝 핀, 바로  

당신 얼굴이랍니다.

살아있는 참 꽃은

활짝 핀, 바로  

내 얼굴이랍니다.

 

 

내 얼굴이 보이시죠.

함박웃음 가득한

내 얼굴이 보이시죠.

당신만을 바라보며

당신만을 그리워하며

당신만을 기다리다가,

노랗게 물들어버린

내 마음이랍니다.

내 사랑이랍니다.

 

 

   ***

 

 

먹음직 하고

보암직 하고

탐스러운 것도

하 많은 세상에서,

위 아래 구별 못하던 시절,

아랫것을 잡으려고

하 많은 날,

휘청거리기도 했지요.

 

비바람 억수로 맞으며

하늘나라에 눈이 열리고,

구원의 중심이 잡힌 후부터

비로소 한 줄기

외길로 살아왔답니다.

위엣것을 바라보면서,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면서.

 

 

외줄기 내 삶이

우직하다고,

멋대가리가 없다고

담장 아랫사람들은 쑤군대지만,

못났으면 또 어떻습니까.

신앙의 키가

담장을 넘어서면,

당신을 닮은 얼굴에

남모를 은혜의 후광도 있고

거룩한 기쁨도 있다는 것을,

당신만은 아시겠지요.

그걸로 족하답니다.

 

 

   ***

 

 

아직도 많이 부족한

제 삶이어도 좋습니다.

저는 일개 단년생이니까요.

벌써 가을입니다.

이제는 막차라도 타고

떠나야 할 때.

보다 가까운 곳에서

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언제나 오시렵니까.

내가 떠나서

당신과 만나리이까.

당신이 떠나서

우리가 만나리이까.

‘마라나타’,

어서 오시옵소서.

겨울이 오기 전에

어서 어서 오시옵소서.

 

 

                              (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