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네 잎 클로버'를 위하여

이형선 2014. 4. 28. 11:03

 

봄이 축제라는 걸

사월이 축제라는 걸

누군들 모르랴만,

찬 이슬에 적시면

꿈도 현실이 되는 것.

땅이 좋아서 돋았느냐.

하늘이 좋아서 돋았느냐.

 

타고난 몫이지만,

세 잎의 땅에서는

정상이 아니다.

누구의 죄 탓인가를

헤프게 힐문하는

인습의 세상에서,

변명할 여지가 없는

너의 영혼은

그럴수록 하늘을 향해

홀로 서야만 한다.

땅의 길이 막히는 곳에서

하늘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거듭난 삶으로

증언할 수 있을 때까지.

 

다수가 지배하는

그러나 단세포 사회에서,

‘불운(不運)’이 되어버린

운명을 앓아야 하는

너의 설 땅은,

고달프도록 좁다.

군중 속의 고독을

앓아야 하는

천형의 유배지는,

한 잎 더

깨어 살아야만 할

너의 영혼이

뿌리 내리고 있는

혼돈의 현장이다.

섞여 살아야하면서도

구별되어야 할

그 선택 때문에,

그 필연 때문에,

허리띠 퍼렇게

동여야 할 자리이다.

네 잎의 네 모습이

길 잃은 사람들의

마음 밭에서,

‘행운(幸運)의 화신’으로

발견되어질 때까지.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영혼 속에서,

소중한 희망으로

발견되어질 때까지.

 

신이 정말 죽었더냐?

신이 정말 살아있더냐?

말씀이 정말 죽었더냐?

말씀이 정말 살아있더냐?

 

철이 바뀌면 물으리라.

오래 기다리다 물으리라.

그러나 최후에 묻는 이는,

인생도 아니고

땅도 아니고

하늘이더라.

살아있는 하늘이더라.

그 날, 아무쪼록

남의 대답이 아닌.

남들의 고백도 아닌,

네 몫의 고백을 할 수 있으라.

땅에 매이면 운명이요

하늘에 매이면 생명이라는

그 구원의 비밀을.

그 작음 속의 풍요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