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작은 촛불의 연가

이형선 2015. 5. 18. 08:10

 

 

밤이 깊어 있다.

새벽은 절로 오지 않는다.

그러나 아서라.

긴 밤과 다투다가

오는 새벽은,

불면의 무게처럼

너무 고달프다.

 

밤이 무섭다고

두려워하지 마.

세상이 어둡다고

낙심하지도 마.

밤이 있기에

작은 불도

꽃이 될 수 있고,

어둠이 있기에

작은 불도

빛이 될 수 있는 것을.

 

나를 태워서 너에게

꽃이 될 수 있다면,

나를 태워서 너에게

빛이 될 수 있다면,

내 한 몸 춤추듯 태우리라.

내가 울어서 너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내가 울어서 너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면,

내 온 몸으로 뜨겁게 울리라.

 

너에게 더 줄 게 없어

내가 그만 꺼져갈 무렵,

아무쪼록 이렇게 말해다오.

너에게 새벽이 왔다고.

그럼 내 짧은 생애조차도

사랑으로 남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