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물로 된 포도주'를 위하여

이형선 2015. 6. 1. 09:04

 

 

‘물’은 태생(胎生)이다.

타고난 생명이다.

운명에 매여 산다.

연좌된 피조물.

그래서 향기가 없다.

특유의 맛도 없다.

평범한 보편성.

싱겁다, 싱겁다.

항상 싱겁다.

살아도 싱겁고

죽어도 싱겁다.

인생살이가 싱겁다.

마시고 또 마셔도

여전히 싱겁다.

불만(不滿)의 세상.

그래서 머물지 못한다.

갈증이 저의 것이다.

두레박이 저의 것이다.

 

‘포도주’는 중생(重生)이다.

거듭난 생명이다.

운명을 이기고 산다.

새로운 피조물.

그래서 향기가 있다.

특유의 맛도 있다.

뛰어난 구별성.

기쁘다, 기쁘다.

항상 기쁘다.

살아도 기쁘고

죽어도 기쁘다.

인생살이가 기쁘다.

마시고 또 마셔도

여전히 기쁘다.

자족(自足)의 세상.

그래서 머물 수 있다.

안식이 저의 것이다.

천국이 저의 것이다.

 

‘물’이냐?

‘포도주’냐?

물은 물이고

포도주는 포도주인 것을.

누가 포도주에

물(水)을 타고 있는가.

누가 포도주에

물(物)을 섞고 있는가.

짝퉁들의 세상.

혼잡한 정체성.

아서라, 아서라.

물이든지

포도주든지 하라.

어중이 되면 토해지리라.

칵테일 되면 토해지리라.

 

‘물’을 ‘포도주’로

거듭나게 하시는 주님.

그 표적을 알게 하소서.

스스로 지체 높은

‘연회장’이 아닌,

‘물 떠온 하인들’이 되어

알게 하소서.

그래서 그 ‘천국의 기쁨’이

우리의 것이 되게 하소서.

 

죄인을 의인으로

거듭나게 하시는 주님.

그 권세를 알게 하소서.

스스로 거룩한

‘의인’이 아닌,

‘사함 받은 죄인들’이 되어

알게 하소서.

그래서 그 ‘천국의 생명’이

항상 기뻐하는,

우리의 삶이 되게 하소서.

우리의 영원한 구원이 되게 하소서.

 

-(*청함을 받은 갈릴리 가나의

 혼인잔치자리에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낫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요한복음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