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단비 내리는 소리

이형선 2015. 6. 29. 08:20

 

 

별 꺼진 밤이다.

불도 꺼진 세상이다.

그래도 창문은 열어두었다.

목이 너무 말라서.

삶이 너무 메말라서.

 

하늘이 열리는가.

후두둑….

후두둑….

주룩주룩….

오랜만이다.

정말 오랜만이다.

단비 내리는 소리.

영혼을 두드리는 소리.

집요해서 좋아라.

 

귀가 열리면,

소리가 아니다.

계시이다.

자음도 아니다.

모음이다.

하늘나라로

어서 돌아오라는,

본향으로

어서 돌아오라는,

재촉의 말씀이다.

 

어제는

사막이더라.

저수지도

농부의 마음도,

기우제의 무릎처럼

바닥이더라.

날만 새면,

땅들이 무리지어

쩍쩍, 갈라지는 세상.

날만 새면,

사람들이 무리지어

쩍쩍, 갈라지는 세상.

분쟁은 가깝고

평화는 멀더라.

수심(獸心)은 가깝고

인심(人心)은 멀더라.

 

땅에서 솟는 게

생수라고

누가 말하는가.

누가 장사하는가.

사람아,

땅에서 헤매는 사람아,

들리느냐? 들리느냐?

생수는 오직 하늘에서

내리는 거란다.

사람아,

세상에 매인 사람아,

보이느냐? 보이느냐?

구원은 오직 하늘에서

내리는 거란다.

 

사람아,

우리 먼저 하늘을 보자.

별 꺼진 밤에도

별이 보이는,

하늘을 보자.

조용히 우러러 보자.

비오는 밤에도

별이 보이는,

하늘을 보자.

조용히 우러러 보자.

마음과 하늘에

단비 내리는 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