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제 길을 가는 사람들

이형선 2015. 7. 20. 08:15

 

 

개들이

짖어대고,

참새들이

입방아를 찧어도,

나그네는

한양을 향해

제 길을 가고,

순례자는

천성을 향해

제 길을 가더라.

저 높은 곳을 향해

저 높은 사랑을 향해,

성자처럼

바보처럼,

좁은 길을 가더라.

 

돼지들이

잔치를 벌이고,

여우들이

하여가를 불러도,

나그네는

고향을 향해

제 길을 가고,

순례자는

골고다를 향해

제 길을 가더라.

저 낮은 곳을 향해

저 낮은 사랑을 향해,

성자처럼

바보처럼,

좁은 길을 가더라.

 

해 아래서,

바람을 잡은 사람아.

큰 구름을 잡은

대단한 사람아.

해 아래서,

나그네 아닌 인생이

어디 있더냐.

땅 위에서,

성을 쌓은 사람아.

큰 아성을 쌓은

대단한 사람아.

땅 위에서,

순례자 아닌 인생이

어디 있더냐.

 

해가 뜨면 아침이고

해가 지면 황혼이다.

하루가 일생이고

일생이 하루이다.

남는 건 삶의 발자국.

아아, 사랑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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