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달팽이

이형선 2015. 8. 10. 07:37

 

 

집 없는 설움이

그리도 크더냐.

머리 둘 곳 없는 설움이

그리도 크더냐.

운명처럼 맺혀 있다. 

밤낮 없이

한순간도 놓지 못하고,

억척같이 지고 다니는

나선형 네 집 한 채.

 

겉옷 살 돈조차 아까워

숫제 알몸으로 살아온,

네 소유의 전부인

가난한 네 집 한 채.

자랑 좀 하기로서야

허물 될 리 있겠냐만,

그것도 들여다보면

빈 껍데기인 것을.

벗지 못하면 짐이고

내리지 못하면 멍에인 것을.

 

장마철도 지났다.

홍수처럼 지났다.

그래도 마실 물은

이슬뿐 아니더냐.

하늘이 그리운 시간.

목이 말라 그리운 시간.

왜 사는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

먹고 살기 위해 사는가?

행세하기 위해 사는가?  

 

두 쌍의 더듬이로도

더듬어지지 않는,

땅의 삶.

아아, 연체동물의 삶.

하늘은 언제쯤 열릴 것인가.

존재는 언제쯤 열릴 것인가.

집을 지고 집을 찾아,

기어 다니는 생애가

아아, 고달프다.

 

 

   *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예수 그리스도)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마태복음11: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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