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설움이
그리도 크더냐.
머리 둘 곳 없는 설움이
그리도 크더냐.
운명처럼 맺혀 있다.
밤낮 없이
한순간도 놓지 못하고,
억척같이 지고 다니는
나선형 네 집 한 채.
겉옷 살 돈조차 아까워
숫제 알몸으로 살아온,
네 소유의 전부인
가난한 네 집 한 채.
자랑 좀 하기로서야
허물 될 리 있겠냐만,
그것도 들여다보면
빈 껍데기인 것을.
벗지 못하면 짐이고
내리지 못하면 멍에인 것을.
장마철도 지났다.
홍수처럼 지났다.
그래도 마실 물은
이슬뿐 아니더냐.
하늘이 그리운 시간.
목이 말라 그리운 시간.
왜 사는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
먹고 살기 위해 사는가?
행세하기 위해 사는가?
두 쌍의 더듬이로도
더듬어지지 않는,
땅의 삶.
아아, 연체동물의 삶.
하늘은 언제쯤 열릴 것인가.
존재는 언제쯤 열릴 것인가.
집을 지고 집을 찾아,
기어 다니는 생애가
아아, 고달프다.
*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예수 그리스도)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마태복음11: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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