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길섶의 민들레

이형선 2016. 5. 16. 09:38

 

 

바람에

밀려 왔는가.

바람을

타고 왔는가.

나그네길

정처 없이 가다가

너무 지쳐,

거기 주저앉았는가.

아무래도 좋단다.

해맑은 얼굴로

오늘을 살 뿐.

 

참 하늘을

참 하늘로

우러러 볼 수 있고,

참 빛을

참 빛으로

받을 수만 있다면,

한 뼘의

박토에도

감사할 수 있다는

순례자.

 

천국에

열렸는가.

자족에

열렸는가.

길섶도

운명이고,

땅바닥도

운명이지만,

불행은

이미 아니다.

 

늘 채이며 살지만

늘 미소 짓는다.

보고 들은

비밀 있어

그러려니 한다.

늘 밟히며 살지만

늘 의연하다.

받은 바

사명 있어

그러려니 한다.

 

가장 낮은

땅에서,

가장 높은

비상의 세계를

구했는가.

가장 거친

길섶에서,

죽어도 사는

자유의 비밀을

품었는가.

 

바람이 부는 날.

이제는

생명의 홀씨 되어

장미꽃보다

더 높은 하늘을

날아가고.

훌훌 날아가고.

이제는

생명의 복음 되어

땅 끝까지

날아가고.

훌훌 날아가고.

 

바람아 불어라.

거룩한 바람아,

불어라.

영원히 불어라.

생명아 날아라.

거룩한 생명아,

날아라.

땅 끝까지 날아라.

 

  

   *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한복음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