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익어야
가을이 되고,
영혼이 익어야
참 사랑이 되는가.
호박도
아름답게 보인다는,
하나님이
지으셨기에
아름답게 보인다는,
가을 산등성이에선
햇살도
일부러 미끄러져
한참을
뒹굴다 간다.
머물고 싶은
미련이
하 질긴 때문이려니.
잡아두고 싶은
추억이
하 많은 때문이려니.
그래서
풍경은
오늘의 그림이 되고,
내일의 그리움이 되는 것.
호박이라고
그림 없고
그리움 없으랴만,
구수한 된장국 되면
족할 수 있는 내가,
한 접시
섬김의 나물 되면
족할 수 있는 내가,
지금 슬퍼하는 것은
못생겼다는
내 모습 때문이 아니다.
잘생겼다는
누군가를
시샘하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지금 이 야산 등성이에서
넝쿨째 한사코 헤매는 것은
흥부네 박이 부러워서가 아니다.
저 높은 정상에
오르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만
그 옛날,
그 아늑한 날,
내가 개구쟁이처럼 타오르던
그 고향 그 여염집
그 초가 그 와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색이 담장이라지만
이웃의 키보다 되레 낮았던
그 흙담 그 돌담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 담마저
보란 듯 타고 넘어
이웃과 넝쿨지면,
그나마 막힌
서로의 담마저
정담(情談)이 되고,
내가 그 담마저
보란 듯 타고 넘어
주렁주렁 열매 맺으면,
제비들이 쉬었다 가며
헤프게 지저귀던 곳.
이웃들이 내 얼굴처럼
함박 웃으며
호박떡
헤프게 나눠먹던 곳.
그 마음
그 마음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가을에도
앞서,
덧없는 낙엽이 보이고
허무한 겨울이 보이는
이 야산 등성이에서
내가 지금 슬퍼하는 것은,
각종 제초제
가득한 이 땅에서,
이기적인
지극히 이기적인
농독(農毒)이
농약(農藥)이란
이름으로
보약처럼 팔리고,
자기 몫의
십자가는 없는
복독(福毒)이
복음(福音)이란
이름으로
상품처럼 팔리는
오늘 이 땅에서,
내 고향
내 소시 적
저 순박한 마음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향
우리의 천국
저 행복한 사랑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이 익었다고
가을이더냐.
마음이 익어야
가을이지.
대박이 터졌다고
행복이더냐.
영혼이 터져야
행복이지.
배가 부를수록
욕심은 더 커지고
단절의 담은 높아지고
그래서
불화도 더 잦던 것을.
머리가 커질수록
야심은 더 커지고
아성의 담은 높아지고
그래서
쌈질도 더 잦던 것을.
아서라.
아서라.
마음이 익어야
가을이 되고,
영혼이 익어야
참 사랑이 되는 것.
그래서
참 생명이 되는 것.
재물의 길도
어렵다지만,
마음의 길은
더 어려운 것.
성공의 길도
어렵다지만,
생명의 길은
더 어려운 것.
마음 잃으면
짐승 아니더냐.
생명 잃으면
시체 아니더냐.
제발 먼저,
가난해도
자족할 수 있는
참 마음이 되게 하라.
제발 먼저,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는
참 생명이 되게 하라.
그래야만
부유해질 때
이웃과
나눌 줄도 아는 것을!
*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누가복음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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