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하늘이더냐
하늘이 바다이더냐.
이별처럼
뱃고동소리 멀어지면,
갈매기마저 외로워서 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버린
삭막한 섬마을.
이 외진 산기슭에서
홀로 붉게 타는 네 얼굴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누구를 향한 기다림이냐?
갯바람에 날려 보내는
네 고상한 향기는
그리워도 오지 못하는
누구를 향한 그리움이냐?
그래도 네 명색이 장미과(科) 아니더냐.
나와 함께 도시로 가자.
네 얼굴 네 향기 정도면
내놔도 호강할 수 있느니라.
***
아서요, 선생님.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이
가지에 가시가 많은 저라도
제자리를 지켜야지요.
섬마을을 지켜야지요.
도시로 가면,
전 물 떠난 고기처럼
절로 죽고 만답니다.
갯바람을 맞아야만 살 수 있는
제 이름은 해당화(海棠花).
하늘의 품 안에서만
바다의 품 안에서만
오로지 살아 있을 수 있는
제 이름은 해당화.
제 본향(本鄕)은 여기가 아니랍니다.
본향에 열린 이후부터
제 마음 속에는
제가 마음을 다 준
주인님이 따로 있답니다.
십일홍(十日紅) 같은,
이 세상 나그네의 여정에서
차라리 버려진 꽃이 되어,
온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온 마음으로
바다를 사랑하며 살다가,
슬픔처럼
뚝뚝 꽃이 지는 날,
겉옷처럼
훌훌 꽃을 벗는 날,
오히려 본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오히려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선생님,
제발 저를 흔들지 말아주세요.
제발 저를 꺾지 말아주세요.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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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하여 포도원을 허는 여우
곧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
내 사랑하는 자(*그리스도)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구나.
그가 백합화 가운데에서 양 떼를 먹이는구나.-
(구약성경, 아가2: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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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향(本鄕)을 잃은,
나그네 인생 여정인
이 세상에서의 삶은,
보다 나은 내세의 삶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에라스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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