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어느 해당화의 사랑

이형선 2012. 7. 26. 09:41

 

바다가 하늘이더냐

하늘이 바다이더냐.

이별처럼

뱃고동소리 멀어지면,

갈매기마저 외로워서 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버린

삭막한 섬마을.

 

 

이 외진 산기슭에서

홀로 붉게 타는 네 얼굴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누구를 향한 기다림이냐?

 

 

갯바람에 날려 보내는

네 고상한 향기는

그리워도 오지 못하는

누구를 향한 그리움이냐?

 

 

그래도 네 명색이 장미과(科) 아니더냐.

나와 함께 도시로 가자.

네 얼굴 네 향기 정도면

내놔도 호강할 수 있느니라.

 

 

       ***

 

 

아서요, 선생님.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이

가지에 가시가 많은 저라도

제자리를 지켜야지요.

섬마을을 지켜야지요.

 

 

도시로 가면,

전 물 떠난 고기처럼

절로 죽고 만답니다.

갯바람을 맞아야만 살 수 있는

제 이름은 해당화(海棠花).

 

 

하늘의 품 안에서만

바다의 품 안에서만

오로지 살아 있을 수 있는

제 이름은 해당화.

 

 

제 본향(本鄕)은 여기가 아니랍니다.

본향에 열린 이후부터

제 마음 속에는

제가 마음을 다 준

주인님이 따로 있답니다.

 

 

십일홍(十日紅) 같은,

이 세상 나그네의 여정에서

차라리 버려진 꽃이 되어,

온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온 마음으로

바다를 사랑하며 살다가,

슬픔처럼

뚝뚝 꽃이 지는 날,

겉옷처럼

훌훌 꽃을 벗는 날,

오히려 본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오히려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선생님,

제발 저를 흔들지 말아주세요.

제발 저를 꺾지 말아주세요.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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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하여 포도원을 허는 여우

 곧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

 

 

 내 사랑하는 자(*그리스도)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구나.

 그가 백합화 가운데에서 양 떼를 먹이는구나.-

                                (구약성경, 아가2: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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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향(本鄕)을 잃은,

   나그네 인생 여정인

   이 세상에서의 삶은,

   보다 나은 내세의 삶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에라스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