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단풍나무

이형선 2016. 10. 31. 10:25



남들이

나 보란 듯

고운 꽃망울

머금을 때,

참 부러웠습니다.

사랑이신

당신 앞에서,

나도 정말

핑크빛 꽃망울

머금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나 보란 듯

화사하게

꽃필 때,

참 부러웠습니다.

사랑이신

당신 앞에서,

나도 정말

화사하게

꽃피우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나 보란 듯

탐스러운

열매 맺을 때,

참 부러웠습니다.

사랑이신

당신 앞에서,

나도 정말

자랑스러운

열매 맺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분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것은

내 몫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슬프다,

나여.

가슴을 칠까.

애통을 할까.

괴롭다,

나여.

원망을 할까.

자학을 할까.

 


아니라.

아니라.

내로라하던

그 꽃들도

그 열매들도,

보암직하던

그 꽃들도,

먹음직하던

그 열매들도,

다 지고

다 떨어진 지금.

남은 건

차라리

허무한 세월.

 


너무

늦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내 온 몸이라도

붉게 태워,

거듭난

내 모습

당신 앞에

보이리라.

내 사랑

내 중심,

당신 앞에

선혈(鮮血)처럼

토로하리라.

 

  


   *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한일서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