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산이
탈모증을 앓으면
겨울이 오는가.
겨울이 오면
11월의 산도
탈모증을 앓는가.
머리가 휑하다.
비움의 공간이려니.
내려놓음의 시간이려니.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무성했던 봄날의
그 꿈 그 비전.
뜨거웠던 여름날의
그 숲 그 공존.
무르익던 가을날의
그 풍경 그 채색.
이제는
보이는 것들
다 내주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돌아가는 산.
명년의 부활을
기약하며
생명이 있는
거기,
뿌리로
돌아가는 산.
겉세계는
빙산의
일각이었어라.
속세계가
더 큰 산.
누구에게
배웠을까.
한 세상은
열두 달.
12월이
오기 전에
비워야
산다는 것을.
누가
가르쳐줬을까.
한 생애는
사 계절.
겨울이
오기 전에
잘 죽어야
잘 산다는 것을.
지금
바람에
흔들리는 건
산의 수염이 아니다.
한 세상
산에
함께 살았어도
여전히
산을 모르는,
억새의
허연 수염일 뿐.
지금
무서리에
떨고 있는 건
산의 풍경도 아니다.
한 세상
산에
함께 살았어도
여전히
산의 마음도
산의 비밀도
모르는,
억새 같은
인생
내 풍경일 뿐.
*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서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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