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북한산 계곡에서

이형선 2017. 8. 14. 09:22



한여름에도

산은

늘 푸르지만,

소풍 나온

인생은

늘 목이 마르다.

 


목마름 내려놓고

하늘을

우러러 보면,

숨어있던 계곡이

득음처럼

복음처럼

귀에 들려온다.

 


그릇이 없으면

또 어떠리.

두 손 꼭 모으면

그릇이 되는 것을.

무릎 꿇고

고이 엎드려도

그릇이 되는 것을.

 


차라리

작은 자 되어

깨끗하게

살고 싶었을까.

유영하는

버들치들과

일급수라는

생수를

나눠 마시면,

건수에 오염된

내 세속의 열기는

부끄러운 듯

금세 내려앉고,

으스스 한기마저

느끼게 한다.



암석들이

한사코

가로막지만,

낮은 자리

사이사이를

훠이 훠이

돌고 돌아

제 길을 가는

하늘의 지혜.

부서지는 아픔은

포말로 승화되고,

산마저 깨우는

물소리 된다.         



물소리가

커질수록

세속의 소리는

잦아들어,

암석들도

잡석들도

더 이상

훼방꾼이 아니다.

벗이 되고

한 폭의

풍경이 된다.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도

깊기 마련이지만,

골짜기도 거듭나면

계곡이 되는 것.

흐르는 생수

거기 있으면

생명이 되는 것.

 


낮은 곳으로

흐를수록

우렁찬 물소리.

아하,

이 물소리 있어

혼탁한 이 세상

아직 살아있구나!

아하,

이 말씀 있어

험악한 이 세상

아직 살아있구나!

  



   *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예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한복음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