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낙엽이 지는 공원에서

이형선 2017. 11. 13. 09:42



인근의 공원은

만 평이다.

세상의 한계처럼

만 평이다.

나무도 많고

가지도 많아,

크고 작은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래도

상록수 같은

휴식은 있다.

만남과 헤어짐의

떼도 있고

때도 있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인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들.

금세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어린 소녀는

잔디에 내려앉은

미련을 줍고.

반백의 나는

벤치에 내려앉은

추억을 줍고.

 


우리네 세상은

만 평이다.

겉사람의 한계처럼

만 평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저 바람을

탓하지 말자.

운명을

탓하지도 말자.

한 잎 두 잎 지면

또 어떻고

우수수 지면

또 어떠리.

입추 때 지면

또 어떻고

입동 때 지면

또 어떠리.

다만

제 길을 가는 것을.

누구나

갈 길을 가는 것을.

 

 


인근의 하늘은

만만 평이다.

속사람의 나라처럼

만만 평이다.

하늘을

우러르며 살아온

낙엽의 한 해.

하늘을

닮아가며 살아온

낙엽의 생애.

하늘에 열리면

땅에도 열리는 것.

하늘에 커지면

땅에도 커지는 것.

 


우리네 속사람은   

만만 평이다.

하늘의 나라처럼

만만 평이다.

그래서

사흘 후에 오는

비밀한

봄도 부활세계도

미리 보는 것.

이후엔

거름이 되어

더 낮은 땅에서

나무,

너를 섬기리라.

더 낮은 자리에서

인연,

너를 살리리라.

네 생명이

영원한

생명이 되도록.

우리의 사랑이

영원한

사랑이 되도록.

 

  


   *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린도후서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