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겨울들판은
막장처럼 삭막하다.
숙명처럼 외롭다.
사방을 둘러봐도
간이역은 없다.
낯선 지극히 낯선
행인들만 오갈 뿐.
꽃으로 살기엔
너무 늦은 시간.
상식으로 살기엔
너무 딱한 공간.
왜 거기 사느냐?
좋은 게 좋다는
세상 이 땅에서
왜 그렇게
별나게 사느냐?
삭풍이 불면
추워서 흔들리지만
때론 너무 추워서
휘청거리지만,
그래도 좋단다.
그래서 되레 기쁘단다.
그럴수록 불원천리
더 흩어지는 향기 있어.
서릿발이 치면
괴로워 웅크리지만
때론 너무 괴로워
동동거리지만,
그래도 좋단다.
그래서 되레 기쁘단다.
그럴수록 일편단심
더 드러나는 절개 있어.
천사들의 캐럴이
함박눈처럼
하늘에서 내리면
도리어 막차를 타듯
이별을 준비해야 하지만,
너무 애석한
종언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래도 좋단다.
그래서 되레 기쁘단다.
그럴수록 더 다가오는
부활에의 확신 있어.
하늘이 보여주신
비밀한 지극히 비밀한
명년에의 소망 있어.
쾌재라,
벗이여.
내 이웃이여.
너나 나나 피조물.
하늘이 허락하신
‘네 모습 그대로’의 자리
잘 지켜야 할 피조물.
‘내 모습 이대로’의 삶
잘 살아야 할 피조물.
쾌재라,
벗이여.
내 이웃이여.
너나 나나 나그네.
아침 오면 저녁 오고
봄 오면 겨울 오는
한 세상,
금년 가면 내년 오고
금세 가면 내세 오는
한 생애,
살다 가는 나그네.
청명한 하늘 아래
청명한 하늘나라
피어 있어 좋아라.
초연한 하늘 아래
초연한 소명의식
살아 있어 좋아라.
*
-우리는 구원받은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고린도후서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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