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12월의 '들국화'

이형선 2017. 12. 4. 10:01



가을이 떠난   

겨울들판은

막장처럼 삭막하다.

숙명처럼 외롭다.

사방을 둘러봐도

간이역은 없다.

낯선 지극히 낯선

행인들만 오갈 뿐.

꽃으로 살기엔

너무 늦은 시간.

상식으로 살기엔

너무 딱한 공간.

왜 거기 사느냐?

좋은 게 좋다는

세상 이 땅에서

왜 그렇게

별나게 사느냐?

 


삭풍이 불면

추워서 흔들리지만  

때론 너무 추워서

휘청거리지만,

그래도 좋단다.

그래서 되레 기쁘단다.

그럴수록 불원천리

더 흩어지는 향기 있어.

서릿발이 치면

괴로워 웅크리지만 

때론 너무 괴로워 

동동거리지만,  

그래도 좋단다.

그래서 되레 기쁘단다.

그럴수록 일편단심

더 드러나는 절개 있어.

 


천사들의 캐럴이

함박눈처럼

하늘에서 내리면

도리어 막차를 타듯

이별을 준비해야 하지만,

너무 애석한  

종언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래도 좋단다.

그래서 되레 기쁘단다.

그럴수록 더 다가오는

부활에의 확신 있어.

하늘이 보여주신

비밀한 지극히 비밀한

명년에의 소망 있어.

 


쾌재라,

벗이여.

내 이웃이여.

너나 나나 피조물.

하늘이 허락하신

네 모습 그대로의 자리

잘 지켜야 할 피조물.

내 모습 이대로의 삶

잘 살아야 할 피조물.

쾌재라,

벗이여.

내 이웃이여.

너나 나나 나그네.

아침 오면 저녁 오고

봄 오면 겨울 오는

한 세상,

금년 가면 내년 오고

금세 가면 내세 오는

한 생애,

살다 가는 나그네.

청명한 하늘 아래

청명한 하늘나라

피어 있어 좋아라.

초연한 하늘 아래

초연한 소명의식

살아 있어 좋아라.

 

 

  

   *

 

 


-우리는 구원받은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고린도후서2: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