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톨스토이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

이형선 2017. 12. 11. 12:09



금년 한 해도 이렇게 저물어가는군요.

세밑에서 돌이켜보면 늘 다사다난했던

격동의 세상사이자 인생사이지만,

강물처럼 바다로 흘러가고 구름처럼

과거로 흘러간 시간이나 사건들은 그래서 또한

덧없는 세월이나 허무한 세월이 되는 가 봅니다.

한편으론 그럴수록 다사다난한 세상파도에

너무 휩쓸리지 않고 깨어 있어 보다 가치 있는

삶이나 후회하지 않을 삶, 지향하는 푯대와

목적이 분명한 삶을 살 수 있어야한다 싶은

마음이나 바람이 절로 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 대문호이자 구도자였던

톨스토이의 민화에 나오는 세 가지 질문

통해 다시금 우리 자신을 점검해봅시다.

 


-왕이 있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를 알고 싶어 했다.

 

 왕은 지혜가 많다고 소문난 도사를 찾아가

 물어보기로 했다. 그 도사는 깊은 숲속에서

 자기의 거처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자기가

 농사를 지은 만큼만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도사를 찾아간 저 은 도사가 사는 거처 멀찍이서 말에서 내려, 신하들을 돌려보내고 혼자 올라갑니다. 늙은 도사는 밭을 일구고자 땅을 파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왕은 그 도사에게 다가가 저 세 가지 질문곧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한 일에 관해 묻습니다.

 


그러나 도사는 땅 파는 일만 계속할 뿐 묵묵부답입니다. 왕은 늙고 마른 도사가 너무 지친 모습으로 홀로 일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도사에게 삽을 달라고 해서 도사 대신 땅을 팝니다.

땅을 파는 동안 해가 지고, 그렇게 일도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돌연 뒷산으로부터 칼을 찬 한 사람이 피를 흘리며 내려오더니 왕과 도사 앞에 쓰러지고 맙니다. 맹수에게 습격당한 사림이었습니다. 왕과 도사는 서둘러 그 사람을 암자로 옮겨 정성껏 치료해줍니다.

 


이튿날 아침.

다행히 몸이 회복된 그 사람이 의외로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이런 고백을 합니다.

나는 임금님의 정치에 원한을 품고

 임금님을 죽이고자 뒤를 밟았던 자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극진한 간호를 받고나서 보니,

 나의 원한이 절로 사라져버리고 말았군요.“

 


왕은 기쁜 마음으로 도사를 찾아갑니다.

도사는 어제 파헤친 그 밭에 씨앗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도사님, 나는 당신 덕분에 나를 해치려 한 사람을

 친구로 만들었소. 이제 간절히 바라는 것은,

 내가 말한 어제의 질문에 도사께서 답을 해주시는 것이오.”

 


도사는 왕이 이미 답을 얻었다

화답하며 되레 이렇게 반문합니다.

만일 어제 나를 동정하여 이 채마밭을 갈아주지 않고 돌아갔더라면

 자객의 칼을 받았을 것이니 그 때가 중요한 때이지요.

 그리고 맹수에 물린 그 사람을 도와 원수 됨을 풀었으니 그 사람보다

 중요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 일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사는 씨앗 뿌리는 손을 쉬지 않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잘 기억하십시오. 가장 중요한 때란 한순간 순간입니다.

 우리는 다만 한순간만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이란 그 순간에 만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이란 그 순간에 만나는 그 사람을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인생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때한순간 순간입니다.

깨어 있는현재이자 오늘이자 지금 여기서입니다.

성경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때

우리를 인생으로 세상에 보내주신 창조주

하나님과 그 나라, 그 의, 그 뜻을 구하는 때라고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구원의 문제이자 구원의 때라는 것입니다.

 


-이르시되 내가 은혜 베풀 때(time)에 너에게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 하셨으니

 보라, 지금은(now)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린도후서6:2)

 


물론 저 지금을 신학적이자 광의적으로 풀면, 육신을 입고 세상에 오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에서 재림 때까지 곧 복음시대이자 은혜시대의 전 기간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같으니까요.

한편으론 그래서 또한 오늘, 지금 여기서의 시간이자 때이기도 합니다. 선포되는 복음을 복음으로 받아들이는 구원의 날이자 은혜 받을 만한 날이 늘 지금(now)’이라는 현재형이 되어야한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늘, ‘지금 여기서만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오늘, ‘지금 여기서만나는 그 사람을 도와주는 일곧 섬기는 일입니다.

그래서 인도의 성녀마더 테레사는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을 예수님이라고 여기고 섬기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고백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또한 이런 고백도 했던 것이겠지요.

내가 나환자들의 몸을 만지고 악취 풍기는 사람의 몸을 만질 때, 예수님의 몸, 성체성사를 통하여 받아들이는 그분의 몸을 만진다는 확신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 그 일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과연 마더 테레사는 저 이나 저 도사보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을 되레 더 깊이 알았고 그것을

삶으로 치열하게 실천하다 가신 성녀입니다.

말을 바꾸자면, 영성(靈性)의 비밀 곧

()이신 하나님의 비밀이자 말씀의 비밀이자

현존(現存)의 비밀에 확실하게 열려진 분이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25:40)

 


과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창조주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에게 한 것이 되는 오묘함은 영성의 비밀이자 현존의 비밀입니다. 영원한 생명이자 생존에의 비밀입니다. ‘세상 권력자나 재벌이나 세계적 명사나 거물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계시는 현신의 처소는 예나 지금이나 되레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누가복음4:18) 지극히 작은 자 하나그 곁이자 그 인격 자체라는 것입니다.



실인즉 저 말씀의 비밀이자 살아계신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의 비밀에 열려진 사람이 한세상 살다가는 나그네 인생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지혜이자 진리를 확실하게 얻은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만나는, 나의 도움 나의 섬김을 필요로 하는 지극히 작은 자의 생명이나 인격이 곧, 또한, ‘하나님의 형상이자 그리스도의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만큼, 그리스도만큼, 하늘만큼, ‘가장 중요한 때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 늘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타산적 가치에서 보자면, ‘지극히 작은 자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 시간이나 금전이나 수고 등 여러 면에서 자기에게 큰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성의 비밀에 열리면 그 모든 일이 합력해서 결국엔 바로 자기에게 복이 되고 유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역시 그래서 늙고 마른 도사를 한편으론 불쌍히 여겨 밭가는 일을 도운 일이나 맹수에게 물려 쓰러진 자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쓴 일이 합력해서 결국엔 자기에게 선이 되고 복이 되고 구원이 되고 생명이 되었습니다. ‘이 외모가 차라리 불쌍하게 보이는 도사를 무시하고, 교만한 자세로 서둘러 돌아가버렸다면 그는 틀림없이 자객에게 살해당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도사자객을 안타깝게 여겨 도울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자기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기회였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역사하신 것입니다. 과연 살아계신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의 비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그 섭리의 비밀을 친히 이렇게 증언하셨습니다.

 


-긍휼히 여기는 자(the merciful)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5:7)



하나님께 '긍휼히 여김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은혜나 복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구원에의 기회하나님의 나라

선지자 모세의 말씀처럼 먼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다 밖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먼 미래나 먼 과거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그 말씀이 네게 매우 가까워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은즉

 네가 이를 행할 수 있느니라.-(신명기30:14)

 


따라서 네 마음하나님의 마음,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네 입하나님의 말씀, 그리스도의 말씀을 품고 사는 삶이 가장 복 있는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기의 마음이나 오늘, 지금 여기서의 입놀림 여하에 따라 선과 악, 생명과 죽음, 천국과 지옥이 오고 가기 마련이니까요. 그것이 바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알고 사는 삶이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구도자였던 톨스토이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비유에서 저 세 가지 질문이라는 단편 민화의 모티브를 얻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된 채 버려진 사람을 보고)

마침 한 제사장이 그 길을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또 이와 같이 한 레위인도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니라. ‧‧‧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누가복음10:)

 


성전에서 사역하는 성직자인 저 한 제사장이나 한 레위인내일혹은 안식일에 집행해야할 하나님의 성전 사역이 가장 중요한 때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법도 합니다. 그래서 서둘러 에루살렘으로 올라가 거룩한 하나님의 사역을 준비하고자, 피를 묻히는 등의 부정을 타지 않기 위해 강도 만난 자보고 피하여지나갔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안식일의 주인이자 성전보다 더 큰 이인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관이나 이해나 평가는 저들과 분명 달랐습니다. 당시 하나님께 버림받은 혼혈 잡족으로 치부되어 멸시천대를 받던 지역이자 동족인 어떤 사마리아 사람의 처신이나 행태가 되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자녀이자 참 이웃의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 제사장이나 레위인은 성전에서 일하는 직업적 성직자삯꾼일 수는 있어도, 계시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나 마음의 진면목 그 영성의 비밀이나 현존의 비밀을 올바르게 이해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는 반증이 됩니다. 그럴 것이 먼저 좋은 나무가 되어야 좋은 열매를 맺기 마련이니까요. ‘선한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직업적 성직자삯꾼은 그래서 선한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선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도, ‘참 이웃이 될 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마더 테레사의 이런 고백을 또한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은 단지 그분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일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예수님께 속하는 것입니다.-

 


정녕 그렇습니다. ‘세 가지 질문곧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한 일에 관한 해답을 구하고 찾기 위해 우리는 저 처럼 먼저 겸허한 자세로 도사에게 아니 검증된 최고도사인 예수 그리스도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우리의 심령이 예수님께 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분이 우리의 손과 발과 몸을 통해 절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일이나 거룩한 사역을 행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 속하면' 곧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는 관계에 속하면 '포도열매'는 절로 맺히기 마련이니까요.    

저나 우리도 저 마더 테레사처럼 먼저, 진실로, 예수님께 속하여오늘, 지금 여기서, 성령(聖靈)의 열매이자 선한 열매를 하나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맺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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