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이른 비' 내리는 날

이형선 2018. 1. 22. 09:32



공중에서

내리는

눈과 비는

분별할 줄 알아도,

더 높은

하늘나라에선

그것이

하나인 것을,

행복과 불행처럼

하나인 것을,

아직도

분별하지 못하는

도심 위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

1월인가.

13월인가.

아직은 찬 비.

 


스스로

()라고

자부하는 길.

콜타르로

포장된 길은

여전히 바쁘다.

빵빵 쌩쌩

서두르며 바쁘다.

그래서 실심한다.

그래서 무심하다.  

길 위에서

길을 잃고,

길 위에서

되레 미끄러진다.

보이지 않는

기체가

보이는 세상의

물방울을 입고

낮은 땅에

내려온 비는,

길손으로 몰려

길 밖에서

다만 맴돌다 가고.

 


빈 텃밭은

복이 있어라.

찬 비를

이른 비로

받아들이는

마음 있어

복이 있어라.

자기를 비워

자기를 살리는

지혜 있어

복이 있어라.

이미 축축하게

적셔 있고.

복 있을진저.

입춘도

네 것이려니.

늦은 비도

네 것이려니.

 



공중에서

여닫히는

갠 날과 궂은날은

분별할 줄 알아도,

더 높은

하늘나라에선

그것이

하나인 것을,

행운과 불운처럼

하나인 것을,

여전히

분별하지 못하는

세상 위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

1월인가.

13월인가.

아직은 궂은비.

 


스스로

안식(安息)이라고

고집하는 집.

대리석으로

포장된 집은

여전히 부족하다.

세상 명품들이

많아질수록 부족하다

그래서 불만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집 안에서

집을 잃고,

집 안에서

되레 문을 잠근다.

하늘나라의

기체가

세상나라의

물방울을 입고

낮은 땅에

찾아온 비는,

불청객으로 몰려

문 밖에서

다만 머물다 가고.

 


겨울나무는

복이 있어라.

겉세계의

그 무성했던

잎사귀를

스스로 버리고

속세계의

뿌리를 살리는,

가난한 마음 있어

복이 있어라.

자족의 마음 있어

복이 있어라.

한파도

한겨울의

죽음조차도

그것을, 그렇게

준비한 자에겐

평안이 되고

안식이 되는가.

춘하추동

한세상

넉넉히 이겨내고.

 


쾌재라.

누군가가

세례를 받고 있다.

겨울나무 앞에서

겨울나무처럼

세례를 받고 있다.

아직은 찬 비.

아직은 궂은비.

그것조차

단비로 받고 있다.

복 있을진저.

은혜 받은 자여.

입춘도

네 것이려니.

늦은 비도

네 것이려니.

 

 

  

   *

 

 


-시온의 자녀들아.

 너희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로

 말미암아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그가 너희를 위하여 비를 내리시되

 이른 비를 너희에게 적당하게 주시리니,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예전과 같을 것이라.-(요엘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