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편지

단풍나무 아래서

이형선 2012. 10. 22. 10:32

 

맑은 날만 날이더냐.

궂은 날도 날이더라.

기쁜 일만 은혜더냐.

슬픈 일도 은혜더라.

봄날의 푸른 꿈.

여름날의 시련들.

가을날의 성숙함.

지나온 한 해

우리의 삶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우리의 인연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

너를 살리기 위해

낙엽의 길을 가야할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한낱 잎사귀인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석별의 한을 노래할까.

괴롭다 세상을 탓할까.

사랑했노라 유서를 쓸까.

차라리 내 한 몸 붉게 태우리라.

 

겨울이 오기 전에,

너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내 몫의 최선이,

황혼의 노을처럼

세상의 아름다움일 수 있다면,

자기를 부인하는 아픔이

아름다움의 절정일 수 있다면,

아아, 우리의 삶은 생명이어라.

자기를 해체하는 풍경이

십자가의 고통을 닮은

한 폭의 선혈(鮮血)일 수 있다면

아아, 우리의 삶은 사랑이어라.

 

가을은 가도

내내 사랑은 남는 것.

낙엽은 져도

내내 생명은 남는 것.

지나온 한 해

우리의 삶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우리의 인연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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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며,

 그 뿌리가 땅에서 늙고 줄기가 흙에서 죽을지라도

 물 기운에 움이 돋고 가지가 뻗어서

 새로 심은 것과 같거니와,

 장정이라도 죽으면 소멸되나니

 인생이 숨을 거두면 그가 어디 있느냐.-

 

                                   *(구약성경, 욥기1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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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늘 아버지는

 더 나은 것을 주시려는 생각이 아니면,

 절대 자기 자녀들에게서

 그 어떤 것도 취하지 않으신다.-

 

                                         *조지 뮐러*